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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오철우의 과학풍경] 우리가 모르는 해저화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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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주택과 각종 건물이 해저화산 폭발로 인해 온통 재로 덮여 있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모습을 위성이 촬영한 사진. 통가에서는 사흘 전 해저화산 폭발로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가 시설물이 파괴되는 등 큰 피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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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난 15일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인 통가 인근 해저에서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위성에 포착된 거대한 버섯구름은 폭발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밑에는 화산들이 많고 당연히 해저화산 폭발도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규모 5.8 지진에 맞먹는 폭발은 전례 없는 것이었다. 태평양 연안의 여러 나라는 쓰나미에 대비해야 했다. 무엇보다 안타깝게도 가장 큰 피해를 당했을 통가는 며칠째 통신이 끊겨 피해 상황조차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육지 화산 폭발은 역사에서 큰 사건으로 여러 기록물을 남겼지만, 해저화산 활동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자주 일어나면서도 우리에게는 낯선 사건들이다. 이번 폭발 이후에 검색해보았는데 해저화산에 관한 자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10여년 전부터 몇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어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2012년 뉴질랜드 북쪽 해상에서 구멍이 많고 가벼워 물에 뜨는 부석들이 최대 400㎢에 걸쳐 떼를 이뤄 떠다니는 기이한 현상이 목격됐다. 이후 연구자들이 해저 탐사에 나섰고, 부석들이 인근 아브르 해저화산의 폭발로 생성된 화산암이며 분출된 용암의 75%가 부석이 되어 해수면에 떠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에는 “지난 100년간 가장 큰 심해화산 분출”이라는 제목의 아브르 화산 연구논문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부석이 거대 무리를 이루어 바다에 떠다니는 현상은 2019년 8월 다시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통가의 영해에 나타났는데 연구자들은 지진 기록과 위성 사진을 종합해 통가 부근 해저화산의 대규모 분출을 그 진원지로 지목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해저화산에 관해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마그마 분출의 70% 이상이 바닷속에서 일어나지만 쉽게 관측할 수 없어 해저화산 연구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2009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자들이 탐사장비를 이용해 남태평양 해저화산 웨스트마타의 화산 활동을 찍은 영상은 폭발이 얼마나 격렬한지 보여준다. 하지만 지구 관측 위성이 수백, 수천 미터 아래 바닷속을 들여다보기 어렵고 드넓은 심해를 모니터링할 수도 없어 대형 화산 폭발을 미리 감지하기는 어렵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해저화산 연구는 더 많아지고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에서는 심해가 우리에게 여전히 접근하기 힘든 미지의 세계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누군가는 심해를 가리켜 달보다 먼 세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주 먼 소행성을 추적감시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더 가까운 심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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