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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종로 담벼락 '개사과' 벽화, 전국에 영상 광고로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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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담벼락에 그려져 이목을 끌었던 이른바 ‘개사과’ 벽화가 전국에 게시된다. 벽화 형태가 아닌 광고 영상으로서다.

유명 그래피티 작가 ‘닌볼트(본명 지성진)’는 17일 오후부터 강원도 철원 소재 동송시외버스터미널, 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 와수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개사과 벽화의 모습을 담은 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19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닌볼트가 개사과 벽화를 그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개사과 벽화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언행과 그의 가족 등에 대한 각종 논란을 ‘저격’한 그림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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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그려진 그래피티 작가 '닌볼트'의 이른바 '개사과' 벽화를 담은 영상 [사진 닌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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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에서부터 시작…NFT 판매해 전국에 광고”



닌볼트는 철원에 광고를 게시하게 된 이유로 최근 불거진 ‘멸공(滅共)’ 논란을 언급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언으로 불이 붙은 멸공 논란은 윤 후보가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정치적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닌볼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선에 나서 직접 싸우는 것은 정치인이 아닌 군인이고, 우리나라의 청년들”이라며 “대표적인 최전방 부대로 손꼽히는 철원에서 근무하는 군인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닌볼트는 철원에서의 영상 광고를 오는 3월까지 게시하기로 했다. 다음 영상 게시 장소는 제주도가 될 예정이다. 그는 “철원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적으로 광고를 게시하려고 한다”라며 “제주도에서의 광고 계약도 이미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닌볼트는 해당 광고 영상을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로 제작해서 판매하기로 했다. NFT 판매 수익금 전액으로 철원과 제주도 외 다른 지역에서도 광고를 게시하겠다는 목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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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건물 외벽에 '손바닥 왕', '개 사과', '전두환 옹호' 등 키워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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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영상 광고는 저촉 소지 있어”



정치적 해석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닌볼트의 개사과 벽화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 온 판례에 비춰보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등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논란이 됐던 ‘쥴리 벽화’와는 달리 개사과 벽화에는 특정 문구를 적는 등의 방법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케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쟁점이 된 사건을 다수 다뤄온 한 변호사는 “해당 그림이 특정인에 대한 논란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확인 가능한 특정 사실을 적시하거나 비방의 문구를 담은 부분은 없다”라며 “풍자 목적의 그림을 ‘의견 표출’로 본다면 후보자비방죄 및 명예훼손죄에 저촉될 소지는 적다”고 말했다.

선거법 전문가로 평가받는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그림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널리 인정해 왔으며, 예술 활동으로 봐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사실적시’가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 건은 일종의 풍자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광판 등에 선거 관련 내용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광고 영상을 게시한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선거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방법에 의한 광고·문서·녹화테이프 등의 배부·게시·상영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93조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 때까지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 벽보 등을 상영·게시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황 변호사는 “전광판에 광고를 게시하는 행위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라며 “벽화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하는 것과 전광판에서 광고를 방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림 자체가 아니라 활용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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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볼트 “작품에 대한 광고일 뿐…의도 없다”

닌볼트는 영상에 대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광고 차원일 뿐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당 그림은 특정인에 대한 비난을 담은 게 아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이슈를 다룬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우선시돼야 하고, 막혀서는 안 된다. 그림을 본 사람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판단할 것이지만, 그림 자체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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