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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이상거래 감시 금융정보분석원, ‘오스템 직원 2215억 횡령’ 징후도 포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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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년간 뭉칫돈 송금·1조 주식 거래 불구
사건 터지고 나서야 ‘늑장대응’ 의심

경향신문

오스템 임플란트 마곡동 본사.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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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거래로 의심되는 금융정보를 수집·분석해 검찰, 경찰 등에 관련자료를 제공하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2215억원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관련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국내 상장사 중 역대 최대 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이상거래를 확인하고 ‘늑장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찰은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씨(45·구속) 사건이 발생한 후 FIU에서 이상거래 자료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스템임플란트) 사안 발생 이후 FIU에서 자료가 왔다”면서 “대장동 사태 때처럼 사전에 자료가 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FIU에서 온 자료도 수사를 (추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IU는 이번달에야 이씨의 자금세탁 정황과 관련한 자료를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은 사측이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고 지난 3일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사측은 이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지난해 12월31일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는 2020년 4분기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혐의 액수도 2215억원으로 사측이 파악한 것보다 많다.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는 회삿돈을 50억원씩 자신의 계좌에 송금하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45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삿돈으로 사고판 주식 거래 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4일 이씨를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송치했다.

1년 넘게 거액이 오고 갔는데도 FIU가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FIU는 금융사가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금융거래를 보고하면 이를 분석한 후 이상거래라고 판단하면 검찰청, 경찰청 등 법집행기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 이를 의심거래보고(STR)라고 한다. FIU가 STR 제도로 법집행기관에 통보한 특정금융거래정보는 2020년 3만7768건, 2019년 2만9423건이었다.

FIU가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이 알려진 후에야 경찰에 이상거래 자료를 알렸다면 금융사에서 의심거래를 보고받은 후 분석을 늦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사 보고가 지연돼 FIU의 분석 시점 자체가 늦어졌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임직원 징계, 기관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가능하다.

FIU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의심거래를 보고받았는지, 법집행기관에 이상거래 자료를 통보했는지 모두 (관련법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범죄를 둘러싼 FIU 통보와 경찰 수사 문제는 대장동 사태 때도 불거진 바 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FIU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이상거래 자료를 통보받고도 5개월 간 방치했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FIU(에서 온 첩보에 대한) 인식이 약했다”면서 개선방안을 내놨다.

당시 FIU는 이상거래를 경찰에 통보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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