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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녹지국제병원 손들어준 대법원, 포퓰리즘에 경종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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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허가 3개월 내에 병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주도가 앞서 내줬던 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의 판결은 시민단체 반발에 휘둘려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끝내 좌초시킨 지방자치단체의 포퓰리즘 행정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 할 만하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2년 '동북아 의료 허브' 육성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2015년 국내 승인을 받은 1호 병원이다. 뤼디그룹은 778억원을 투자해 2017년 7월 서귀포시에 병원 건물까지 완공하고 8월 개원 허가를 신청했다.

허가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일부 시민단체들이 의료 영리화 또는 의료 공공성 훼손이라며 반발한 탓이다. 제주도는 반발에 밀려 차일피일 개설 허가를 미루다가 2018년 12월 내국인은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 예상치 못한 조건부 허가에 녹지병원이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의료법이 정한 3개월 시한 내에 개원하지 못하고 결국 허가 취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엇갈린 1·2심 판결을 거쳐 이번에 대법원이 녹지병원 손을 들어줬지만 뤼디그룹은 병원 지분 80%를 이미 국내 기업에 넘긴 상황이어서 투자형 병원 재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 허가를 받은 투자개방형 병원이 지자체의 무소신 행정 탓에 무산된 이 사건은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한국의 행정이 외국인투자자 불신을 사게 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피해 보상을 놓고 법적인 다툼을 계속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한국, 일본, 네덜란드를 제외하고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세계 최고 의료 인력을 보유한 한국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방안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그런데도 반대 단체들은 '의료 민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고 나섰으니 답답하다. 투자개방형 병원 하나 놓고 20년째 논란만 벌이면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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