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텅빈 음식점에서 식당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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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을 열수록 손해를 보고 있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요즘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매상은 예전 같지 않은데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식자재 가격까지 올라 매일 장사 준비하는 게 부담스럽다. 박씨는 “대출 받은 것도 있어서 폐업을 한다고 해도 문제”라며 “가게를 내놔도 보러올 사람이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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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40.8% “폐업 고려 중”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존폐의 기로에 선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40.8%는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매출·순이익 등 영업 실적이 감소(28.2%)하고 있는 데다 자금 사정이 나빠져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17.8%) 있어서다.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17.5%)에 코로나19가 끝나도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16.7%)이라는 답변도 많았다(복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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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순익 모두 20%가량 줄어
장사도 폐업도 어려운 자영업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반면 나머지 59.2%는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도 가게 문을 닫지 못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대안이 없기 때문”(23.8%)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코로나19가 잦아지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19.5%) 때문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이 평균 20.1% 감소하고, 순이익도 20% 줄었다고 답했다. 올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출은 전년 대비 9.4% 감소하고, 순이익은 8.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에 한계(30.7%)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에 따라 오프라인 매출 개선이 어려울 것(22.9%)이라는 우려,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매입비 부담(12%), 금리 상승과 만기 도래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10.1%) 등도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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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규모 급증
자영업자 애로사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문제는 자영업자들에게 폐업조차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폐업과 동시에 사업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실 보상이나 대출상환 유예 등 정부 지원도 더는 받을 수 없게 된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한 명이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억5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4배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소비 촉진 지원 방안을 확대(16%)하고,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14.1%)과 영업 손실 보상 확대(13.3%)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보통 연초에는 설 명절과 졸업·입학과 같은 대목으로 기대감이 있을 수 있는데, 코로나19와 거리두기가 길어지며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소비 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조치와 자영업자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금융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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