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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이번엔 실천할까… 탈레반 "3월부터 여학생 등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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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해 11월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의 한 여고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여학생 교육이 금지됐지만 헤라트 지역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지역 탈레반 관료들을 설득한 덕분에 몇 주간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헤라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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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올해 3월부터 여학생 등교 허용 검토에 나섰다. 20년 전 1차 통치 당시 이슬람 율법(샤리아법)을 앞세워 여성의 사회 활동과 교육을 제약해온 점을 감안하면 다소 진일보한 조치다. 그러나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대외적으로는 여성 존중 등 각종 유화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실제로는 탄압을 멈추지 않던 터라 이번에도 빈말에 그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15일(현지시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새해가 시작되는 오는 3월 21일 이후부터 전국의 모든 여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완전한 분리’가 전제 조건이다.

그는 현재까지는 여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머물 기숙사나 호텔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언급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남녀 학생을 각각 나눌 수 있는 교실이나 별도의 학교 건물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또 “우리는 학교와 대학들이 여학생들에게 개방될 수 있도록 새해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과거 집권 당시(1996∼2001년) 여성 교육은커녕, 사회활동과 외출마저 막았던 점을 감안하면 180도 바뀐 모습이다.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서방 세계는 다시 여성 인권 암흑 시대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하던 터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행보 가운데 하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여성 인권 존중을 수 차례 약속했지만 늘 공언(空言)에 그쳤다. AP통신에 따르면 작년 8월 중순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에도 아프간 34개 주(州) 가운데 10곳을 제외하고는 7학년 이상인 여학생은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외출과 여행을 제한하는 일도 다반사다.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폭행하거나 총을 겨누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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