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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월급받아 월세내기 버거워졌는데 시장안정이라니"…'전세→월세' 전환 임대료 45.9%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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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북의 아파트들이 현재 월세시장을 대변하듯 뿌옇게 보이고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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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매매·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월세 거래 비율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뛰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20년 7월 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과 부동산 보유세 강화 여파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세입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전체 거래량은 1만3532건으로 이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41.96%(5678건)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작년 상반기까지 20%대를 유지했던 이 비율은 같은 해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30%로 올라섰다. 작년에도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하며 연간 평균 비율이 37.1%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8월(41.28%)과 10월(40.27%)에는 이 비율이 40%를 넘어섰고 마지막 달인 12월(41.95%)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하기 시작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월세시장으로 내몰리고, 전세를 월세로 돌려 매달 나오는 임대료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려는 임대인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전세자금 조달이 막힌 영향도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1년 만에 월세가 수십만 원 올랐다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한 게시글 작성인은 "보증금 빼고 월세만 1년 새 50만원 가까이 올랐다"면서 "전세대출을 끼고 있어 추가 대출도 어려워서 서울 밖으로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고 전세 상승률 역시 보합 수준으로 내려앉았지만, 월세만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강북 107.8, 강남 110.8이다. 경기(110.0)와 인천(108.6)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도권 월세지수(109.1)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부동산R114가 임대차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11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집계된 서울 아파트의 계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계약갱신을 통해 월세는 총 5323건, 전세는 총 1만8383건이 거래됐다. 같은 기간 총월세거래는 3만4636건으로, 갱신거래 비율은 15.4%로 나타났다. 전세는 총 5만5766건 중 26.2%가 갱신거래됐다.

계약을 갱신하며 기존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한 사례가 반대 사례보다 월등히 많았다. 세입자들이 임대차 거래유형 중 전세를 선호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같은 기간 월세 갱신계약 5323건 중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경우는 902건으로, 전환거래 비율이 16.9%인 바년, 전세 1만8383건 가운데 월세에서 전세로의 전환거래는 166건(0.9%)에 그쳤다.

전세→월세 전환 갱신계약 임대료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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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의 한 부동산에 월세 매물이 올라와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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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 11월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갱신계약 3327건 중 종전 계약이 전세인 거래 2663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11.9%로 파악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의 비율이 65.5%로 높아 오름폭이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갱신계약만 보면 임대료 상승률은 45.9%로, 4배가량 급등했다. 임대차 유형을 전세로 유지했을 때보다 임대료 부담이 훨씬 늘어난 셈이다. 갱신권을 사용한 계약 자체가 29.7%로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건에 대해 집주인이 임대료를 평균 63.3% 수준으로 대폭 올린 영향이다.

임대료 상승률은 법정 전월세전환율 3.0%를 적용해 계산했다. 세입자가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할 때 임대료를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갱신계약은 신규 계약 시세보다 임대료를 낮게 책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규로 월세계약을 맺는 세입자가 짊어져야 할 임대료 부담은 이보다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전월세전환율의 상한을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전국의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작년 10월 기준 5.6%로, 두 배에 달한다.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임의대로 높여 임대료를 정하는 집주인이 많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집값 하방 압력이 강해지면 집주인이 세입자 부담을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지만 중개업계에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대치동의 S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서울 전역의 전셋값이 폭등하며 이사를 포기한 전세 세입자들은 같은 보증금에 월세를 주더라도 살던 집에 남고 싶어하는 추세"라며 "대치동은 학군지라 보통 진학을 마친 학부모들은 떠나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자녀를 대학에 보낸 집들도 눌러앉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월세지원사업(무주택 청년 대상 월세 20만원씩 1년간 지원)과 세액공제 확대(지난해 10∼12%→올해 12∼15%) 대책을 내놨지만, 수혜대상과 혜택의 폭이 턱없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후보들도 월세 관련 공약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또 월세 임차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세액공제율을 최대 15%까지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하지만 1년짜리 임시방편인데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과 종합부동산세 부담 확대,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월세거래량 폭증과 가격상승의 원인"이라며 "올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물건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올 경우 월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전세대출 규제로 월세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 정부가 안정화하겠다며 부동산세를 올리고 있는데 이는 곧 세입자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기게 되는 모습"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어려워 영끌해서 집을 산 젊은 세대들은 현재 이자, 원금도 못값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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