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사생활" vs "뭐길래 숨기나"…정치권 뒤집은 '김건희 7시간'

댓글 2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음’ 공개 여부를 놓고 14일 여야가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사적인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이기에 방송에 내보낼 경우 헌법상 사생활 보호 원칙·인격권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며 공개를 주장한다.

발단은 MBC가 서울의소리 기자였던 이모씨로부터 입수한 통화 녹음 내용의 방송을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김씨와 지난해 7월 6일 첫 통화를 시작으로 12월 초까지 6개월간 수십 차례 통화했는데, 그때마다 이씨가 녹음을 했고 이를 최근 MBC에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씨 실제 발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녹음 분량은 총 7시간 45분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MBC를 항의 방문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 공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며 “사인 간의 통화 녹음을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영방송이 대놓고 틀겠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의도적으로 편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당 선거대책본부도 “잘 짜인 공작 행태”로 규정하고 공세를 폈다. “최초에 김씨에게 ‘악의적 의혹 제기자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접근해 일부러 과격한 발언을 유도하는 식으로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대선 시점에 맞춰 제보 형식을 빌려 터트리려 한다”(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 논평)는 의심이다.

MBC 기자 출신인 김은혜 공보단장은 YTN 라디오에 나와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걸 직접 보도하지 다른 데 넘겨 발표하게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녹음파일을 보도하지 않고 MBC에 넘긴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부터 김씨와 통화를 해온 것을 언급하면서 “왜 기사를 그때 안 냈을까”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녹취를 제공한 분이 돌아가시거나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김만배씨의 진술이 나온 후에 왜 이런 것이 갑자기 방송국에 유출이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제기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해 '김건희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와 관련 상임위원들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서울 마포구 MBC 본사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열었다. MBC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국민의힘은 이와 별도로 이씨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이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냥 해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 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해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당 내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에 앞서 인사하는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민주당은 “언론을 겁박 말라”고 엄호에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국민의힘의 MBC 항의방문 소식을 전하며 “부당한 방송장악 시도이고 언론 길들이기 차원의 겁박”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저 정도로 떨 정도면 공적 영역에서는 상당히 파괴력이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했다. “자꾸 숨기려 드니까 더 궁금해진다. 박근혜 세월호 7시간이 떠오른다”(고민정 의원)는 반응도 나왔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전날 저녁 CBS 라디오에서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시작한 취재행위였고, 영부인 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통화 녹음 파일 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총 통화 횟수는 53회라고 했다. 직접 보도를 하지 않고 MBC에 통화 녹음 파일을 넘긴 이유에 대해선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고, 녹음 파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통화 녹취를 둘러싼 이슈는 때마다 정치권의 공방 거리가 돼 왔다. 지난해 8월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 중 “저거 곧 정리된다”한 발언이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원 전 지사가 ‘저거’를 윤석열 후보를 지칭한다고 이해했다고 하자,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경선 과정의 갈등”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한동안 시끄러웠다.

지난해 10월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통화 녹취 내용을 두고 여야가 붙었다.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가게 된 것이다’가 되는 거예요”,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드릴게요”라고 한 것으로 나온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고발 모의가 드러났다”고 공격했고 국민의힘은 “악의적 짜깁기”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녹취록 문제는 아니지만, 2012년 대선 때도 문건 공개 여부를 놓고 맞붙은 적이 있었다. 당시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의 ‘노무현-김정일 비공개 대화록’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영토주권 포기 발언을 했다”고 공격했고,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공작'이라며 맞섰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하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허위라면 박 후보가 책임지라”고 주장하는 등 대선후보들이 직접 논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