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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멸공' 논란 여진…정용진 '북한 미사일' 게시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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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치권에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발 '멸공' 논란이 오늘(11일)도 이어졌습니다. 다시는 '멸공'이라는 표현을 쓰지않겠다고 했는데요. 오늘 본인의 SNS에 'OO'이라는 문구를 적어서논란이 이어졌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군인 시절 목이 마르고 닳도록 불렀던 노래입니다. 전역한지 10년 가까이 된 지금도 멜로디와 가사가 귓가에 맴도는데요. 군가계에선 워낙 불후의 명곡이다 보니 랩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적도 있죠.

새해 벽두부터 '공' 하나가 정치권을 집어삼켰습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아니고요. 용진이형이 쏘아올린 '멸공'입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인스타그램에 줄기차게 '멸공의 횃불'을 들어 올리고 계신 분이죠.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입니다. 기업인을 오늘의 인물로 선정한 건 줌 인 최초인데요.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의 입이 쟁점화 되는 건 정말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 3일 / 화면출처: 유튜브 '신세계그룹 뉴스룸') : 여러분 올해는 디지털 원년입니다. 디지털로 온전하게 피보팅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올해를 디지털 피보팅 원년이라고 선언한 정 부회장, 사업적으로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멸공 피보팅' 원년 아닌가 싶습니다. '피보팅(pivoting)', 쉽게 말하면 전환한다는 뜻인데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멸공' 모드로 피보팅했습니다. 멸공의 서막은 모두 인스타그램의 게시물 삭제에서 시작됐는데요. 정 부회장, 며칠 전 숙취해소제 사진을 올렸죠. 그런데 인스타 측이 대뜸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게시물을 지웠습니다. 황당했던 정 부회장, 사진을 다시 올리며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고 항의했는데요. 여기에 '멸공'이란 단어를 해시태그한 게 나비효과로 돌아왔습니다. 인스타 측은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지만 정 부회장에게 후퇴란 없었습니다.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 6일 / 유튜브 '요리하는 아빠아침하는 아빠') : (형님 새해 덕담 한 마디 해주십시오.) 노XX지.]

중국 시진핑 주석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의 사진이 담긴 기사와 함께 멸공 게시물 릴레이를 이어갔는데요. 용진이형이 던진 멸공을 받은 사람, 다름 아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었습니다. 트위터에 정 부회장을 겨냥해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정 부회장이 이에 응수하면서 일이 점차 커졌습니다. 조 전 장관 게시물을 캡처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리스펙트'라고 맞불을 놨죠.

멸공 피보팅, 돌이키기엔 이미 늦어버린 걸까요. 정 부회장은 멸공을 이용한 언어유희도 선보였습니다. "멸치와 콩으로 맛있는 요리를 구상해봐야겠다"는 글을 남긴 건데요. 이른바 '멸콩 챌린지'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윤석열 AI (지난 8일 / 화면출처: 위키윤) :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 가족과 함께 하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네, 이렇게 지난 주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마트 장 보기에 나섰습니다. 자신은 '장 보기에 진심인 편'이라면서,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 이렇게 해시태그도 달았습니다. 멸치와 콩, 줄여서 멸콩입니다.]

정 부회장과 인스타 맞팔로우를 맺은 분이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멸공의 배턴(baton)을 이어받은 건데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어제) :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 자주 사는 편이고요, 그리고 아침에 콩국 같은 것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 중에 하나입니다.]

윤 후보를 필두로 야권 인사들이 멸콩 챌린지에 뛰어들었습니다. 너도 나도 SNS에 멸콩 장보기 인증샷을 올린 겁니다. 보다 못한 여당도 이에 질새라 칼을 꺼내들었는데요.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윤석열 후보 선대위가 최근에 무슨 달걀, 파, 콩, 멸치 이런 것을 사면서 일베 같은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멸치 논란으로 유입된 각 색깔론을 가지고 이렇게 표를 가르는 모습이 참 유치해 보입니다.]

악마는 역시 디테일에 있나 봅니다. 민주당은 정밀 타격을 가했습니다 윤 후보가 들른 대형 마트, 신세계그룹 소속의 이마트죠. 조국 전 장관은 왜 굳이 집에서 먼 이마트까지 갔냐고 쏘아 붙였는데요. 여기에 윤 후보가 산 멸치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윤 후보가 산 '여수 멸치'를 놓고 '여순 사건'을 소환한 겁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부위원장 (어제) : 여수는 여순항쟁 때 반란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만 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아픈 역사를 건드리면서 국민을 갈라 세우는 장난질을 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도 불똥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여권은 정 부회장의 군 면제 이력을 문제 삼았는데요.

[김의겸/열린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어제) : (정용진 부회장은) 그러니까 딱 1㎏ 넘어서서 아슬아슬하게 체중을 초과해서 군을 면제받았습니다. 이건 뭐 일부러 면제를 받기 위해서 체중을 불린 거다, 이렇게밖에 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김어준/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어제) : 그러고 나서 체중을 빼고 지금도 평상시 체중을 유지하시는 것 같은데. 멸공할 거면 군대 가셨어야죠. 우리는 안 가고 SNS로 멸공, 이게 말이 됩니까?]

개인적 타격을 넘어 사업적 타격도 감행했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스타벅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이 일었는데요. 스타벅스 코리아, 이마트의 자회사죠. 정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 계열 음식료는 사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멸공 논란이 이렇게 과열 양상으로 흐르자 이제 양쪽 모두 숨고르기에 들어갔는데요. 더 이상 멸공의 횃불을 지펴봤자 서로 득될 것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멸콩 챌린지 자제를 당부했는데요.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우리 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이걸 릴레이 형식으로 받아가지고 캠페인을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간다. 근데 이걸 여럿이 밀고 나가면 이제 이게 계속 지속되면서 이게 선거에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윤석열 후보도 멸공과 선을 그었는데요. 제3자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그리고 저는 무슨 해시태그라던가 이런 것 달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인스타에 대체 '멸치','콩' 이런 해시태그는 누가 한걸까요?

[멸공 관련해서 질문이 나왔는데 해시태그를 직접 달아본 적이 없다고 답변을 하셔서 그러면 이것과 관련해서 혹시 누가 기획을 했는지…]

[김병민/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 이마트로 장을 봤던 내용에 대해서는 벌써 지난달부터 꽤 오랫동안 후보님께서 직접 말씀을 주셨으니까 참고 부탁드리고요. 다른 질문 또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논란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듯한 발언도 나왔는데요. 정 부회장이 멸공을 외치든 말든 그냥 두면 될 것을 조국 전 장관 등이 나서서 일을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그걸 가지고 또 이런 북한 문제라면 부르르 떨면서 경기 일으키듯이 또 편들고 나서는 민주당 쪽 사람들이 이것을 가지고 막 비난하면서 일이 커졌잖아요. (정용진) 그분은 그냥 개인적으로 늘 인스타그램 같은데 활동하는 분이거든요. 그렇게 가만뒀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왜 그분을 갖다 윤석열 같은 사람이라고 해요.]

민주당도 멸공 출구 전략을 내놨습니다. "멸공 비판도 불매운동도 이만 멈추는 게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온 겁니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 (음성대역) : 우리 정치를 멸공을 외치던 한국전쟁 직후의 세계 최빈국 상태의 냉전시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멸공에 반응하는 것은 국익에 손해를 주더라도 색깔론으로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음모에 말려드는 일입니다.]

멸공 논쟁을 계속 벌이는 건 소모적일 뿐더러 야권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란 시각인데요. 정성호 의원은 특히 기업의 주가가 떨어져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출구 없는 매력 덕분일까요? 정용진 부회장은 애초 출구를 찾을 생각이 있었나 싶긴 합니다. 정 부회장, 자신의 미필 문제를 제기한 여권에 항변했죠. "군대 안 갔다 오고 6·25 안 겪었으면 주둥이 놀리지 말라는데, 그럼 요리사 자격증 없으면 닥치고 드세요 이런 뜻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북한의 안보 위협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 기업인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멸공 사태의 파장으로 최근 신세계그룹 관련주가 하락했죠. '오너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이 때문인지 잠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도 보였습니다. '멸공' 관련 발언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유턴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수습에 나선지 반나절만에 정 부회장이 인스타를 재개한 겁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렸죠. 정 부회장은 해당 기사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을 쏘아 올렸는데요. '○○'에 들어갈 단어, 느낌상 '멸공'으로 추정되지만 직접 언급하진 않았군요. 일종의 타협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다시 논란이 커지자 일단 게시물을 삭제했는데요. 치고 빠지기 전략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정 부회장의 말로 대신합니다.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 6일) : 어떻게 보면 XX도 좋은 전략일 수 있어.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 우리의 가치, 우리의 이념 어떤 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노XX 정신이 사실 필요해.]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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