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신동빈 회장 신고 나니 주문 폭주…9만7000원짜리 운동화의 비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은 운동화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신 회장은 서울 한남동 구찌 매장을 방문해 인조 모피 코트를 입고 있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신 회장이 신은 운동화 역시 명품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 운동화는 명품과는 거리가 먼 9만7000원짜리 친환경 운동화였다. 롯데케미칼의 자원 순환 사업 ‘프로젝트 루프’에 참여한 친환경 사회적 기업 LAR의 제품으로,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제작됐다.

조선일보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을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사진). 당시 신 회장이 신은 운동화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 LAR이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생산한 친환경 제품(오른쪽 사진)이었다.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 인스타그램·롯데그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이 신어 화제가 된 후 이 신발은 대박이 났다. 9만7000원이면 나이키·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지만, 그 대신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려는 소비자들의 구매 주문이 잇따른 것이다. 계효석 LAR 대표는 “롯데그룹 계열사나 환경부 등 정부 기관에서 단체 주문 문의가 들어왔고 개인 소비자들의 주문도 폭주했다”며 “지난해 10월 1달간 신 회장이 신었던 운동화만 2000켤레가 팔렸다”고 했다.

현재 신 회장 운동화는 재료가 없어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계 대표는 “자투리 가죽과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올해 1월 말 1000켤레 정도의 수량을 다시 생산해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두 달 정도면 품절될 것으로 보고 있다.

LAR 운동화와 같은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는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런 제품은 기성품에 비해 생산 단가는 높고 생산량은 적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는 사람만 산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가치 소비 성향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효성이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개발한 친환경 섬유 ‘리젠’도 최근 몇 년 사이 매출이 20배 가까이 늘었다. 효성에 따르면 2016년 30억원 수준이었던 리젠 매출은 2020년 315억원까지 늘었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두 배 정도로 추산된다. 효성은 리젠 섬유를 노스페이스·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효성이 지분을 투자한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패션업체는 리젠 섬유를 활용해 재킷이나 가방과 같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말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맨 넥타이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원단 넥타이로, 패션 스타트업 몽세누가 생산한 제품이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형·에코백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우시산, 버려진 페트병과 재고 원단을 활용해 셔츠·바지 등 남성복을 생산하는 패션 스타트업 몽세누도 최근 몇 년 간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우시산은 2015년 325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작년 말 13억3000만원까지 늘었고, 몽세누 매출도 2019년 1500만원에서 지난해 3억7000만원까지 늘었다. 몽세누의 친환경 넥타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말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발표할 때 매기도 했다.

[이기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