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서 펼쳐지는 걸그룹 콘서트, 가상 쇼핑, 몰입형 영상통화 등도 선보여
걸그룹 콘서트 메타버스를 제공하는 롯데정보통신의 CES 전시관 |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전투기 조종 시뮬레이션부터 광선검 결투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한창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혼합현실(XR)·게이밍관에는 일본, 체코, 대만, 인도,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참가한 업체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가상세계를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특히 한국 기업이 대거 부스를 꾸려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임을 과시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자회사 칼리버스와 함께 걸그룹의 콘서트 현장을 코앞에서 관람하는 듯한 몰입형 메타버스 체험을 관람객에게 제공했다. 메타버스 속 걸그룹은 이용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바로 앞에서 춤추고 노래를 불러 실제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했다.
이 회사는 또 면세점, 하이마트 등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가상 쇼핑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박선오 책임은 "궁극적으로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논의 다자 영상회의 서비스에 등장한 조셉 고든 레빗 |
세계 최대 카메라 회사인 캐논은 '코코모'로 명명된 몰입형 영상 통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통상 메타버스에는 디지털로 재현된 아바타(분신)가 등장하는 것과 달리 이 서비스에서는 현실 모습 그대로의 자신이 나와 다른 사람과 마주 보며 영상 대화를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캐논이 이번 CES에서 함께 공개한 '듀얼 피시 아이(fisheye) 렌즈'를 탑재한 카메라를 이용했다. 이 렌즈는 초광각 촬영이 가능한 어안(魚眼) 렌즈 2개를 결합한 것으로, 좌우 180도 범위를 입체 영상으로 찍을 수 있다.
캐논은 이 특수 렌즈로 촬영한 자전거 동호회의 동영상도 선보였는데 자전거가 이용자를 향해 실제 돌진하는 것처럼 실감 났다.
캐논 관계자는 "듀얼 피시 아이 렌즈만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3차원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체코 'VR지니어스'의 파일럿 시뮬레이션 장비 |
체코의 VR지니어스(Vrgineers)는 파일럿 훈련 전용 혼합현실 헤드셋 엑스탤(Xtal) 3와 시뮬레이션 기기를 전시장에 내놨다.
이 회사의 가브리엘라 두프코바는 "F-16 전투기를 타고 실제 네바다의 지형을 재현한 가상현실 세계를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행 시뮬레이션 기기에 올라타 조종간을 옆으로 기울이자 수평이던 시야 전방의 지평선이 수직으로 기울며 멀미가 나는 듯했다. 급한 마음에 조종간을 위로 당기니 비행기가 수직으로 상승하며 의자로 강한 진동이 전달돼왔다.
VR지니어스는 체코의 민간 파일럿 훈련기관인 유러피언 에어서비스에 이 제품을 공급한다고 한다.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메타버스 체험을 제공하는 비햅틱스 |
한국 기업 비햅틱스는 진동으로 촉감을 전달하는 '택트글러브', '택트수트'를 들고나와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장갑과 조끼를 입고 가상세계에 접속해 광선검을 휘두르거나 손으로 번개를 쏘면 이를 맞은 상대에게는 그 충격이 전달됐다.
총에 맞거나 폭탄이 터졌을 때의 충격을 체험해보거나 가상공간 속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그 촉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대만 업체 쿨소는 손목에 착용한 뒤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하거나 손가락을 구부리고 손바닥을 펴거나 오므리는 등의 10가지 동작을 통해 가상세계의 사물을 잡거나 밀고 끌어당길 수 있는 손목밴드를 전시했다.
이 회사 잭 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제품은 VR 헤드셋을 쓰지 않은 채로도 사물을 직접 보며 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익스트리플의 CES 전시관 |
한국 기업 익스트리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이용해 도로 아래에 매설된 상하수도와 전기·가스·통신 배관 등 지하 시설물의 위치와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메타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회사 노진송 대표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지하 시설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이들 시설물의 위치를 실제 현실 위에 증강현실로 띄울 수 있다"며 "이들 시설물을 보수·관리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말했다.
실제 홀로렌즈를 착용하자 라스베이거스 전시장 아래를 지나는 5∼6개의 각종 배관이 각기 다른 색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익스트리플은 또 발전·전기 설비 등이 고장 났을 때 현장 직원이 홀로렌즈를 쓰고 고장 난 설비의 영상을 멀리 떨어진 전문가에게 전송하면 전문가가 이를 보고 수리·복구 방법을 지시할 수 있는 '메타뷰 리모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한국 업체 티랩스는 실제 박물관·미술관이나 사무실, 고궁, 주택 등의 내·외부를 스캐닝해 3차원 가상공간으로 만들어주는 티(TEE)VR 서비스를 CES에 들고나왔다.
이 업체 강해달 부대표는 "이렇게 구축된 가상 박물관·미술관에서 버추얼 전시회를 열거나 가상 사무실에서 재난 대피 훈련을 할 수 있다"며 "미국 관람객들은 부동산 매물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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