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당 내에선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될 여지가 생겼다"는 기대감이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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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개편안에 대해 “큰 틀에서 제가 주장했던 것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권영세 의원이 신임 선대본부장을 맡기로 한 데 대해서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같이 일한 기억이 있어서 상당한 신뢰가 있다. 새롭게 개편되는 선거체제 내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쯤 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와 면담했다.
다만 선대본부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선 “큰 틀의 선거 안에서 기획이나 지휘할 공간이 얼마나 열려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거지, 조직도상 어디 이름이 박혀있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다. 특히 윤 후보와의 관계개선 여부에 대해선 “권 본부장에게 연습문제를 드렸다”며 “이걸 어떻게 풀어주시느냐에 따라 앞으로 신뢰관계나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 결합도를 갖고 이뤄질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풀이’ 시한으로는 “오늘 중으로 (답이)나와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연습문제’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의 근본적 소재가 됐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와 관련됐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그간 윤 후보의 일정을 놓고 “명확한 메시지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들이 나왔는데, 이 대표는 이 문제의 원인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최종 선정하는 ‘윤핵관’을 꼽고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후보의 강점은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한 이미지”라며 “정치를 시작하고 초기에 교통지도, 출근인사 등 바닥민심과 만나는 행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그런 일정을 내일 중이라도 할 수 있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이날 ‘윤핵관’ 문제에 대해서도 “연습문제를 풀어보면 답이 나온다”고 한 배경이다.
이 대표의 ‘우군’이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와 결별하면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석열-이준석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 이 대표는 오전 윤 후보의 기자회견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배제'방침에 대해 “과거에도 김 위원장과 일하다가 그를 ‘배제’했던 분들이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초 오후 2시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윤 후보가 해당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알리자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들어 이 대표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화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2030세대에 대해 내놓은 메시지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2030세대에게 실망을 주었던 그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며 “그들을 선거운동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2030세대에 정치적 지분이 있는 이 대표가 “오늘부로 젊은 세대는 다소간 관망세(를 보이며), 더불어 (후보에게)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저나 이 대표나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정권교체에 나서라고 똑같은 명령을 받은 입장이다.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후보에 대해 절제된 입장을 밝힌 것도 이 후보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 커졌던 ‘대표 사퇴’요구 움직임도 잦아들었다. 전날까지와는 달리 의원들도 이 대표에 대한 직접 비판을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오후에 잡혀있던 이 대표와 중진의원들의 연석회의도 취소됐다. 이 대표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강했던 일부 초선 의원들도 모임 후 "일단 단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이 대표가 계속 문제삼아왔던 ‘윤핵관’을 둘러싼 문제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날 이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성동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혀 온 이들의 당직 사퇴에 대해 “결원을 채우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선대위가 개편돼 각자 다른 위치에서 후보를 돕게 됐는데, 방송 등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메시지를 남발하는 건 오늘부로 자제해달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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