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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정치권의 강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요구에 정부가 결국 움직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경제를 회복시켜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떠밀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7번째 추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 이후 현재까지 6차례의 추경을 통해 총 12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경제위기에 대응해왔는데, 이미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에 대해 완강하던 정부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미묘하게 바뀌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앞으로의 방역 진행과 소상공인 피해 상황, 추가적 지원 필요성, 그리고 기정예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재정)정도 및 세수, 재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과 2주 전인 지난해 12월20일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검토 가능성을 연 것이다.
추경이 편성된다면 최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발생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및 취약계층 지원 등이 핵심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320만명 대상 100만원의 방역지원금 재원(3조2000억원)은 기정예산 및 예비비를 통해 지급되고 있고, 최근 발표된 55만명 대상 500만원 선(先) 손실보상 재원(2조7500억원)은 기확보된 예산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의 방역조치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올해 1분기 손실보상금 역시 그에 비례해 늘어나는 만큼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 검토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경 규모로 25조~30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엔 전국민 재난지원금까지 꺼내들고 있어 추경은 더 큰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정치권 등 일각서 제기하는 추경(편성 요구)과 관련해서는 국민 의견의 하나로써 경청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추경 자체는 필요 여부와 추경의 사유, 내용 등이 1차적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경기가 올해부터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종 한시 지원조치를 정상화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과도하게 재정을 투입하는 행위가 자칫 정책 엇박자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국가재정법은 추경안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발생 시 △법령에 따라 국가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추경은 말 그대로 기확정된 예산과 별도로 긴급히 편성하는 것인 만큼 ‘사유’가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6차례의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 2년간 본예산과 별도로 편성된 추경만 합쳐도 총 116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국가의 연간 나라살림 규모가 600조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0%가량 초과지출이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방역 상황이 다시금 악화되긴 했지만, 산업이 재편되고 소비패턴도 바뀌면서 각 경제부문별 충격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 특히 연초에는 세수 집행률도 높지 않은 만큼, 결국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이 경우 금리 인상기와 겹쳐 정부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커질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편성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기에, 이번 추경은 ‘왜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추경 편성은)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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