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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금융계 뉴트렌드]② “은행이 만든 배달·부동산 앱”… 비금융 분야 뛰어든 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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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금융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은행이 더는 은행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이른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digital universal bank)’가 전통 금융지주그룹의 주요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는 금융 그룹이 하나의 수퍼 앱(app)에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의 금융 진출 확대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은행들도 금융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배달·숙박·쇼핑 등 비금융 플랫폼 신(新)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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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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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경쟁이 심화하는 금융업계의 생존 전략이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기존 금융업권과 다른 규제를 받는 빅테크·핀테크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해왔다. ‘동일기능(업무)·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시장 후발주자인 신생 핀테크사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고, 혁신금융을 위한 핀테크 육성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반박도 있었다.

초기에는 빅테크의 규제 강도를 높이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현재는 ‘금융그룹에게 비금융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주요 시중은행장 간 간담회에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은행의 업무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 국내 금융지주사의 비금융 플랫폼 진출은 걸음마 단계다. 신한은행은 배달 앱 ‘땡겨요’를 통해 금융권 최초로 음식 배달업에 진출한다. 이는 작년 12월 최장 3년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추진하는 사업으로, 신한은행은 140억원을 투입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정식으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1만여개 가맹점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에는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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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LG유플러스,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디키타카(DIKITAKA)'를 선보였다. '데이터로 티키타카'라는 뜻의 디키타카는 고객이 만든 이야기와 기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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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배달 앱 중개수수료보다 사업 과정에서 얻게 될 각종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가맹점으로부터 앱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 수수료도 공공 배달앱 수준으로 적게 받는 대신 배달노동자(라이더)의 소득정보와 소비자의 결제 정보 등을 얻어 본업인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려는 계획이 깔려있는 것이다. 실제 앞서 신한은행은 배달대행 플랫폼 생각대로(로지올)와 손잡고 라이더의 배달 수행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하는 ‘라이더 전용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생활플랫폼 ‘쏠 펫(SOL PET)’도 있다. 신한은행은 프리미엄 반려동물용품 전문 브랜드 브레멘과의 제휴를 통해 선보인 고객 참여형 반려동물 커뮤니티 ‘펫스타픽’을 시작으로 향후 ▲펫(PET) 관련 원스탑 상품·서비스 ▲보험, 적금을 비롯한 데이터 기반 펫 금융 서비스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LG유플러스,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를 공유하는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디키타카(DIKITAKA)’도 개발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금융·통신·유통 데이터 활용하는 서비스로, 기업이 분석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고객이 직접 데이터로 이야기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가령 ‘실제 방문이 많은 맛집’ 등 제시된 주제에 맞춰 고객이 직접 실시간으로 느낌(이모지), 사진, 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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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부동산 전용 애플리케이션 ‘KB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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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와 ‘개인 택배 배달·픽업 서비스’ 등을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에 잇따라 출시했다.

우리은행이 앞서 선보인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30여개 보험사 실손보험 가입자가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 90여개 주요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우 진단서, 영수증 등 별도의 종이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은행 앱 ‘원뱅킹’ 내에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은행 앱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택배 플랫폼 서비스 전문업체 파슬미디어와 함께 택배 서비스 ‘마이(My)택배’는 택배 예약·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개인별 휴대폰 번호를 기반으로 택배 운송 상태도 조회할 수 있는 원스톱 종합택배 플랫폼이다.

KB국민은행은 지도를 기반으로 부동산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앱 ‘리브부동산 서비스’를 올해 초 출시했다. KB시세부터 실거래가, 매물가격, 공시가격, 인공지능(AI) 예측 시세, 빌라 시세까지 다양한 부동산 가격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여기에 최신 청약 정보를 담은 ‘분양 홈’과 회원 중개업소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리브부동산 중개사 허브’ 서비스도 추가했다.

KB국민은행은 또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고객이 KB국민은행의 리브부동산을 통해 매물정보를 확인하면, 해당 매물의 평형과 연계해 ‘오늘의집’에 게시된 실제 인테리어 시공 사례와 온라인 집들이 등의 콘텐츠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별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뱅크 인 뱅크(BIB·은행 안의 은행)’ 혹은 100% 자회사나 다른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별도의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2021년 상반기 은행연합회와 은행권, 한국금융연구원이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전문은행 제안서를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바 있다. 올해는 무산되는 듯한 분위기지만, 금융권에선 차기 정권과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BIB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117년 역사의 이스라엘 르미(Leumi)은행이 2017년 만들어 내놓은 모바일플랫폼 페퍼(Pepper)뱅크가 꼽힌다. 이는 18~35세 청년층 고객을 겨냥한 플랫폼으로, 르미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 외에도 유럽 BNP파리바의 ‘헬로뱅크’,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페이페이뱅크’, 미국 골드만삭스 ‘마커스’, 스페인 BBVA 등이 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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