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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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전문당이 됐다. 당원 게시물은 당원들의 것인데 누구 허락받고 마음대로 지웠나”
3일 다시 열린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오후 2시까지 1761개의 글이 달렸다. 과거 글을 모두 삭제한 것에 분노한 당원들의 감정 표현이 대다수였다.
민주당은 지난달 1일 게시판 폐쇄를 결정한 지 한달 여 만에 다시 열면서 “권리당원 게시판을 다시 연 만큼 권리당원 여러분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하지만 “이전과 같이 분쟁과열, 법적 분쟁, 운영 불가수준의 게시판이 될 경우 권리당원 게시판 폐쇄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개선사항’이란 이름의 단서는 구체적으로 1. 실명제 전환 2. 기존 권리당원 게시판과 정책제안 게시판 영구폐쇄 3. 욕설, 악의적 비방 시 게시물 삭제와 영구이용정지 조치 등의 내용이었다. 2번 조치에 따라 2019년 6월 오픈 이후 작성됐던 게시글은 모두 삭제됐다.
3일 재개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당원들의 불만이 다수 게시된 모습. |
이날 올라 온 비판의 주종은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글을 싹 지운다고 사람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송영길은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 “후보 교체가 답이다” 는 식이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권리당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를 격렬하게 지지하는 강성 친문 당원들의 집결지였다. 이해찬 대표시절 이 게시판에서 좌표가 찍힌 의원들에게는 어김없이 문자폭탄 세례가 이어졌고 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입법독주 국면에서 민주당 의사결정의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당원 게시판 여론 주도층이 지난해 8월 전당대회 국면에서 ‘118운동’ 콘셉트로 당 대표 1번 이낙연 후보, 최고위원 1번 신동근, 8번 김종민 후보에 몰표를 줬다.
그러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권리당원들 중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그룹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비난이 계속 나오자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9일 게시판을 잠정 폐쇄한 데 이어 지난달 1일 아예 무기한 폐쇄했다. “서로에 대한 욕밖에 남지 않았는데 표현의 자유나 공론의 장 기능을 말하는 게 맞는지 직접 보시라”(고용진 수석대변인)는 등의 이유였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이 3일 개인 페이스북에 등재한 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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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폐쇄에 이은 실명제 적용에 대한 당내 반발은 의원단에도 번진 상태다.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할 수 있다”며 “툭하면 당원게시판을 폐쇄하는 것은 매우 반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며 비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전 글까지 모두 삭제하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라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남권 의원은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당원들의 비난도 지지자의 목소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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