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오징어 게임 속 인물이 돼 구슬치기를 한다.’
즉흥적 연설과 SNS 메시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투표일까지 60여일 앞두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BTS 춤과 랩은 지난 24일 공개됐고 '오징어 게임'은 설 연휴 개봉이 목표다. 새해 첫날 ‘랜선 해돋이 라이브’를 하겠다는 계획도 31일 공개됐다. 전 세계 13개국 15개 도시의 일출 시각에 맞춰 현지 교민들이 세계 평화 등의 메시지를 릴레이로 내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 언론설명회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김영희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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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변신의 기획자는 ‘쌀집 아저씨’ 김영희 민주당 선거대책위 홍보본부장이다. 김 본부장은 1986년 MBC 예능국 PD로 입사해 ‘몰래카메라’ㆍ‘느낌표’ㆍ‘나는 가수다’ 등을 만들었다. ‘쌀집 아저씨’는 그의 데뷔작인 ‘이경실의 도루묵 여사’ 연출 당시 이경실씨가 지어준 별명이다. 소탈한 성격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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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ㆍ랜선 해돋이ㆍ오징어 게임ㆍ관찰 카메라….
지난 2일 정치권에 첫 발을 들인 그가 내놓은 첫 작품은 ‘이재명-김혜경의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BTS의 랩을 따라부르고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파이터(스우파) 속 춤을 따라 하는 장면 등이 이어진다. 긍정 반응도 적잖지만 당내 일각에서 “정치적 흐름과는 겉도는 콘텐트”(수도권 재선 의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산타복장을 입고 캐럴에 맞춰 '댄스배틀'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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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작품인 캐럴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됐나
A : 선거 분위기를 좀 새롭고 재미있게 바꾸고 싶었다. 후보도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고, 촬영할 때도 예정시간을 넘겨서도 적극 협조했다. 대선 후보가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Q : 공개된 후엔 긍정과 동시에 일부 아쉬운 반응도 있었다.
A : 실망했다는 건, 저에게 그만큼 기대를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아쉬운 분위기에 대한 반응을 물었을 때도 김 본부장은 목소리는 밝았다. “처음이라 당연히 힘든 일이 많지만,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홍보 책임자로서 “후보의 진짜 모습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싶다”는 의욕이 넘친다고 했다.
Q : 무엇을 알리고 싶나.
A : 이 후보의 소탈한 모습을 알리고 싶다. 나도 이전까진 이 후보가 딱딱한 사람인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 후보가 무섭다고들 했다. 그런데 지난달 처음 직접 대면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모습을 최대한 알리고 싶다.
그래서 김 본부장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패러디도 준비 중이다. 그는 “원래는 오징어 게임을 캐럴보다 먼저 1탄으로 발표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19 악화로 기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내년 설 연휴 1주일 전에 촬영해서 설 연휴 때 10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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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오징어 게임 방식은?
A :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 등이 포함한 ‘선대위팀’과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팀’의 대결을 구상하고 있다. 각 팀은 8명씩으로 생각 중이다.
Q : 어떤 게임을 하나?
A : 설 연휴에 공개하는 것에 맞춰서, 설날 전통 놀이를 포함하려고 한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구슬치기, 딱지치기에 더해 윷놀이나 투호 등도 하려고 한다.
김 본부장은 향후 “후보의 소탈함을 드러내기 위한 관찰 카메라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과거처럼 골탕 먹이는 몰래카메라 방식이 아니라, 후보의 본 모습을 자연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시종 “후보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홍보본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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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홍보 일관성 필요…이재명은 유재석, 윤석열은 강호동”
홍보의 역할과 관련해서 경쟁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선 일부 아쉬움도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다가 최근 물러나 공석이 됐다.
Q : 국민의힘엔 홍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A : 이준석 대표 말고도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실질적으로 잘 해오고 있다고 들었다.
Q : 홍보 책임자로서, 국민의힘의 홍보 전략을 어떻게 보나
A : ‘석열이형네 밥집’ 같은 걸 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부드러워 보이게 만드는 홍보와 동시에, 요즘 윤 후보가 센 발언들을 하는 걸 보면 너무 전략이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한다. 홍보에는 일관된 기조가 필요하다.
강호동(왼쪽), 유재석.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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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의 평가는 자제했다. “윤 후보에게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를 예능인으로 비유해달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후보는 평소엔 부드럽지만, 현장에선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다 이루려고 한다는 점에서 유재석과 비슷하다. 윤 후보는 추진력이 있고 보스 같은 매력이 있다는 점에서 강호동과 닮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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