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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우리 딸, 엄마 왔어" 26년 만에 비대면 눈물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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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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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야∼ 엄마 왔어."

지난 27일 오후 부산 한 요양병원.

이날 병원 비대면 면회실에서는 26년 만에 극적 상봉한 딸과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어머니 조미화(63) 씨는 지적장애로 요양병원에 있는 딸 서애리(42) 씨의 손 한번 잡지 못한 채 애꿎은 유리벽만 만져댔습니다.

흐르는 눈물은 훔치던 어머니는 20여 년 만에 딸의 이름을 불렀고, 이에 응답하듯 서 씨는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며 기쁜 내색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26년 동안 만나지 못한 한을 풀듯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흐느꼈습니다.

어머니 조 씨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항상 가슴 속이 딸 생각으로 가득했다"며 "몸도 성치 않고 말을 하지 못하니 제대로 살고 있을지 너무 걱정됐다"며 간신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들을 위해 특별히 허용된 이 날 비대면 면회는 애석하게도 이렇게 30여 분만에 끝이 났습니다.

딸 서 씨가 실종된 것은 정확하지 않으나 1995년 즈음으로 추정됩니다.

평소 지적 장애를 앓던 서 씨는 특수학교에서 기숙 생활을 하고 있어 집에 없던 적이 많았습니다.

당시는 부모님의 사정으로 서 씨와 네 살 아래 남동생은 할머니 아래에서 자라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서 씨의 행방이 불분명한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됐고, 당시 실종 신고 시스템도 제대로 없던 때라 가족들은 애만 태웠습니다.

동생 서용승(39)씨는 "지적 장애인 누나가 특수학교 등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항상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고 어느 순간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다들 형편이 좋지 않았고 신고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가족들 모두 누나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딸이 아프고 힘들어졌다며 항상 자책하곤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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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뗄 때마다 동생 서 씨는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누나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제 손으로 찾아 나서야겠다고 결심했고 지난해 5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서울경찰청 실종수사팀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무연고자에 대해 온라인 조회를 하던 중 서 씨를 발견했지만, 서 씨가 사회복지시설에서 새로운 생년월일을 부여받은 상태라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 씨가 다니던 특수학교에 가서 사진 등 자료를 확보한 결과 모친과 생김새가 비슷해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이어 유전자를 채취해 대조한 결과 친자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지체 장애를 앓던 서 씨는 정부 혹은 민간 후원인들의 지원을 받으며 강원도, 경북 등 전국에 있는 시설을 떠돌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 씨를 지원해온 변정섭 부산복지중앙교회 목사는 "평소 어려운 이들을 도와오던 지인이 개인 사정으로 서 씨를 맡아 줄 수 없냐 물어 3개월 전부터 보호하게 됐다"며 "어려운 과거 때문에 헤어졌던 가족들이 이번 기회에 만나게 돼 기쁘다"고 웃었습니다.

서 씨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입니다.

어머니 조 씨는 "코로나19 사태에다 딸의 몸이 좋지 않아 당장 함께 지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다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아직 가족을 못 찾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꼭 다들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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