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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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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법치주의 흔든 ‘문제의 지도자들’, 야당 도전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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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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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야네즈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왼쪽부터).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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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법치주의에 도전해온 ‘문제의 지도자들’이 야당 도전에 휘청이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야네즈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EU 내 우파 지도자로서 포퓰리즘 정치를 펼쳐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가 후퇴하면서 야당 연합의 공세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27일(현지시간) “헝가리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이들 세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권 나라들은 2004년 EU의 새로운 가족이 됐다. 이 나라들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 EU의 가치를 지키고, EU의 경제·정치적 통합을 지지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속은 희미해져갔다.

폴란드에서는 두다 대통령이 속해있는 극우파 정당 법과정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데 이어 2019년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경화가 가속화됐다.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끄는 법과정의당은 보수 가톨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법과정의당 정권 이후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가치는 훼손되기 일쑤였다. 여성은 물론 성소수자,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은 무시됐다. 사법부 독립은 침해됐고 언론 탄압도 이어졌다.

더 나아가 지난 10월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EU의 조약이나 결정보다 국내법인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EU법은 헌법을 포함, 개별 회원국의 법보다 상위법”이라며 “유럽사법재판소의 모든 결정이 개별 국가의 사법부에 효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폴란드와 EU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폴렉시트(폴란드의 EU 탈퇴)’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악화된 폴란드의 경제는 집권여당의 지지층을 약화시키고 있다. 제1야당 시민연단의 지지율은 현재 26%로 지난 5월에 비해 10%포인트나 올랐다. 시민연단을 이끄는 도날드 투스크 전 폴란드 총리는 현재의 우파 정부가 폴란드를 터키나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독재 모델로 전향시키고 사법기관을 장악하며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면서 야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법과정의당 지지율(37%)은 제1, 2 야당을 합한 것(39%)보다 낮아 2023년 총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헝가리도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010년부터 재연임에 성공해 장기집권하고 있다. ‘빅테이터(Viktator:빅토르와 독재자의 합성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권위주의 지도자로 통한다. 1998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35살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웠다. 2002년과 2006년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했지만 2010년과 2014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오르반 총리는 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보수적 가치를 내걸고 소수자의 인권을 묵살하는 한편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하고 언론 탄압도 일삼아왔다. 새 헌법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정부가 해임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을 끼워 넣기도 했다. EU는 정치 통합을 넘어 사법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회원국뿐 아니라 가입 후보국에까지 민주주의 확립과 인권보장, 사법부 독립 등을 요구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도리어 EU의 요구가 헝가리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의 장기집권 꿈도 옅어지고 있다. 내년 4~5월 예정돼 있는 총선에서 집권 여당 피데스의 승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폴리티코 여론조사에서 헝가리 야당 연합 지지율은 46%로, 피데스(48%)를 2%포인트 차로 추격하고 있다. 헝가리 중부 도시 호드메조바셸리의 미터 마크자이 시장은 오르반 총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마크자이 시장은 서로 다른 성향의 야당 5개를 연합해 ‘모두를 위한 헝가리운동’을 펼치고 있다. BBC는 “오르반 총리를 축출할 정치인으로 마크자이가 떠오르고 있다”면서 “오르반 총리가 서로 다른 성향의 야당 정치인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로베니아 또한 최근 EU의 고민 리스트에 오른 나라다. 지난해 세 번째 총리직에 오른 야네스 얀사는 오르반 총리 추종자로 불리며 헝가리식 권위주의 행보를 따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헝가리와 폴란드가 EU의 고민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얀사 총리의 행보는 EU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얀사 총리는 오르반 총리처럼 국내에서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 여당 슬로베니아민주당이 이끄는 연정 지지율은 지난해 65%에서 지금은 26%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얀샤 총리는 올해 2월 의회 불신임 투표와 지난달 야권과 연정 탈당자들의 탄핵 시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얀사 총리에 대항해 야당인 사회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탄자 파혼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파혼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유럽의회 의원이다. 내년 4월 24일 총선을 앞두고 현재 사회민주당 지지율은 26%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는 이들 나라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극우파의 확대가 저지되고 법치주의 회복이 이뤄져 EU지형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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