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죽고 싶은 심정" "정치인 OUT"…오후 5시, 먹자골목 간판이 꺼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조성준 기자]
머니투데이

27일 저녁 식당, 술집 등 간판들 불이 꺼진 서울 광진구의 한 먹자골목 /사진=조성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저녁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먹자골목. 오후 6시가 지나면 식당과 술집 간판에서 빛이 새어나오던 곳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치킨집, 보쌈집, 고깃집 등 간판 불을 꺼둔 채 장사를 하는 곳들이 많았다. 식당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장사를 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이들이 간판의 불을 끈 이유는 정부의 방역 강화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은 27~28일 이틀간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4시간 동안 간판 불을 모두 끄고 영업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은 '출입금지'…"죽고 싶은 심정" 피해 입어도 불 끈 이유

머니투데이

27일 서울 광진구의 한 곱창집에 '소등 시위'에 동참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경을 표현하기 위해 간판의 불을 껐다고 했다. 광진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50대 A씨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10분의 1로 줄었다"며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A씨는 "정부가 힘든 건 알고 있지만 2년 동안 거의 모든 피해를 감수하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심정도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또 "자릿세만 300만~400만원이 되는 가게에 3개월 치 손실보상금이 고작 200만~300만원뿐"이라며 "이 정도만 주면서 무작정 영업을 막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이자카야를 운영 중인 강모씨는 "입간판 불을 끄면 사실 가장 타격을 받는 건 나 자신"이라며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그럼에도 불을 끈 건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강화로 다시 새벽 영업이 불가해지며 강씨의 가게의 매출은 3분의1로 줄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채용한 알바생도 월급 줄 돈이 없어 내보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홍대 거리에도 간간히 불을 끈 채 영업하는 식당과 술집들을 볼 수 있었다. 문 앞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은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늦게까지 저녁자리를 할 수 없는 탓에 오후 6시 전부터 일찌감치 가게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는 시민들도 있었다. 저녁 8시30분이 되자 한창 붐벼야 할 홍대 거리는 귀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가게들도 보였다.


프랜차이즈도 '소등시위' 동참…코자총 "불복종도 고려"

머니투데이

27일 한산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식당 골목 /사진=김지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에는 프랜차이즈 업주들도 동참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휴게음식중앙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됐던 코자총에 최근 24만여개 가맹점으로 이뤄진 프랜차이즈협회가 가입하면서다.

광진구의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원 B씨는 "협회 측 요청을 받아 동참했다"며 "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영업자들의 절실함은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이곳도 위드 코로나 때는 2층까지 꽉 찬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다섯 테이블도 못 받는 날이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8)도 "본사 차원에서 따로 공지가 없어 소등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방역실패의 모든 책임을 항상 식당과 술집에 돌리는 정부에 대한 항의"라고 말했다. 이씨는 "술집은 저녁 7시부터 장사를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상 3시간만 장사하라는 의미"라고도 했다.

광진구의 프랜차이즈 족발집 사장 김모씨도 간판 불을 껐다. 김씨는 "가게를 연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에 개업한 사람들은 몇 십 만 원 정도만 지원 받았는데 인건비도 오르는 상황에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적자가 한 달에 1000만원씩 난다"며 "더 이상 못 버틴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해 초까지만 영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자총은 집단휴업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자총은 지난 24일 각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단휴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외식업중앙회 회원 5만1490명 중 85%(4만3710명)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단란주점업중앙회(99.9%), 노래연습장업중앙회(98.2%), 유흥음식점중앙회(91%) 3개 단체에서는 90% 이상 찬성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소등시위는 1차적인 항의 조치이고 그게 안 되면 휴업, 손실보상금 소급적용을 해주지 않으면 정부 정책 불복종 운동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집단휴업 여부는 다음달 4일까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