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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앙숙에 완패했는데…"잘못없다" 댓글 천개 쏟아진 이유[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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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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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73]지난 23일 밤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선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20 준결승이 열렸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태국 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양 팀은 두 차례 경기를 치러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결승에 올라가게 됩니다.

베트남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태국은 스즈키컵 우승을 가장 많이, 다섯 차례나 한 강팀. 하지만 박 감독 취임 이후 베트남은 태국에 지지 않았습니다. 부임 후 태국을 상대로 무패(1승2무)를 기록 중입니다. 베트남 전역에서 이번에도 박 감독이 태국 코를 납작하게 해줄 거란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베트남의 0대2 완패. 2차전에서 베트남은 세 골 차로 태국을 이겨야 또 한 번 결승에 올라갑니다. 경기가 끝나고 베트남의 패배 소식을 보도한 한 인터넷 기사에는 1시간도 채 안 돼 댓글이 1000개나 달렸습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달리고 있을 겁니다.

기대가 큰 만큼 박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축구 팬들의 예리한 창끝은 심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주심은 카타르 출신의 사우드 알리. 도대체 이날 경기는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요.

출발은 베트남의 명백한 실책이었습니다. 전반 14분 평범한 땅볼을 베트남 중앙수비수가 처리하지 못하고 바닥에 슬라이딩하듯이 누웠습니다. 그 틈을 파고든건 '태국의 메시'로 불리는 송크라신. 베트남은 어이없게 한 골을 먹으며 0대1로 끌려갑니다.

두 번째 골은 태국의 아름다운 연계 플레이에서 나왔습니다. 송크라신에게 또 골을 먹으며 0대2. 여기까지 들어보면 '원사이드 게임'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 억울할 만한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의 에이스 응우옌꽝하이의 슈팅이 두 번이나 골대를 강타한 건 억울한 축에도 못 듭니다. 이건 경기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전반 17분 공격하던 꽝하이가 상대 수비의 엘보 공격에 맞아 쓰러졌는데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은 건 잘못이었습니다.

전반 42분에는 태국 골키퍼가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뛰어와 베트남 공격수를 손으로 잡아 패대기쳤는데 나와야 할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카드가 나왔습니다.

후반 25분에는 침투하는 하득친에게 꽝하이의 절묘한 패스가 연결됐지만 부심 깃발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방송 느린 화면으로 본 이 상황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죠. 가장 억울한 장면은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옵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태국 수비수가 공을 걷어낼 요량으로 있는 힘껏 뻥 내질렀는데 자기 손에 맞고 운동장에 다시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페널티킥이 나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준결승전은 경기를 두 번 치릅니다. 한 골이라도 만회하면 2차전 준비가 훨씬 쉽습니다.

하지만 심판은 여기서도 손을 휘휘 저으며 경기를 진행시킵니다. 열 받은 박 감독이 펄쩍펄쩍 뛰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박 감독은 결국 오심의 피해자가 되어 0대2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니 베트남 팬들이 제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며 울분을 토해냅니다. 그나마 베트남 입장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후반 태국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베트남 골키퍼 쩐응우옌마인이 걷어내 추가 실점을 막은 것입니다. 하마터면 송크라신에게 해트트릭의 영광을 헌납할 뻔했습니다.

박 감독은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이 경기 영상을 꼼꼼히 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심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 달라는 것입니다. 박 감독이 이렇게까지 작심하고 판정에 대해 항의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이날 심판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과연 박 감독은 기적적으로 2차전에서 승리하고 베트남을 결승에 올릴 수 있을까요. 아마 지금 박 감독 머릿속에는 반전 스토리를 쓸 전략이 떠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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