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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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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깜짝사면' 이재명-윤석열 초박빙 승부에 불똥 얼마나 튈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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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여야 대선후보들의 선거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대선을 불과 75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깜짝사면'카드가 얼마나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간 초박빙 승부에도 불똥이 튈 수 있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당초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여당과 충분한 조율없이 전격적으로 사면을 발표한 데 대해 내심 당혹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과 정의당에선 "촛불정신을 배신했다" "국민통합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 말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안민석 의원 등이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여당 안팎의 거센 반발이 표심으로 이어질 경우로 최근 상승 추세인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주춤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사면 조치에 어깃장을 놓자니,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부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로서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번 사면으로 이 후보 지지층 일부가 동요할 수 있지만 대선 막판 결국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화합을 위한 사면 조치가 중도층 외연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더 전전긍긍하는 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이다.

윤 후보는 "우리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좀 안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박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호적 관계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당사자다.

언제든지 '정치적 수사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내심 조마조마할 것이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측이 지난 2019년 "형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할 당시 검찰이 불허했는데, 공교롭게도 윤 후보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제가 불허한게 아니고 형집행정지 위원회에서 검사장은 그 법에 따라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위원회의 전문가 의사들이 형집행 정지사유가 안된다고 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에선 "현 정권이 박 전 대통령 사면카드를 이용해 보수진영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구·경북과 보수 강경세력이 결집해 대선을 앞두고 목소리를 낼 경우 윤 후보와 마찰이 불가피해지고 윤 후보의 입지도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

더구나 윤 후보가 23일 호남에서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며 보수정당의 정체성과 자존심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발언을 한 것도 강경 보수세력의 심기를 자극했을 수 있다.

특별사면 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돼 친이계 세력들이 반발하는 것도 변수다.

한 친이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이유로 건강 문제를 들었는데 더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냐"며 "박 전 대통령만 사면시켜서 당을 이간질하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동안 이· 박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사면 문제를 공론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선 이번 사면으로 나름 정치적 입지가 넓어질 공산이 크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통합' 주제로 가진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정치보복이 정권교체의 전리품이 되선 안된다"며 "구속수감 중인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해야한다"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안 후보는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건의를 받아들여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한 선례가 있다"며 "국민통합을 위해 이 전 대통령도 석방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향후 대선 구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 이 전 대통령의 석방 여부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 사면권이 정략적 카드로 남용되선 안된다는 점이다.

제왕학의 성전으로 불리는 '정관정요'는 "국가를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있는 포상과 징벌"이라며 "군주는 신상필벌을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국민 통합과 포용을 위한 주춧돌이 돼야지, 지금처럼 정치판을 뒤흔드는 계략이나 술수로 비치면 안된다는 얘기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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