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열풍에 급증한 가계부채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기업 자금수요가 맞물려 민간 부문 빚이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는 가운데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실물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와 기업의 부채 합인 민간신용(자금순환표상 부채) 비율은 219.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포인트 상승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200.3%)이 200%를 돌파한 이후 줄곧 상승세다. 금액으로는 3342조7000억원에 달한다.
민간신용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부채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부동산 대출 수요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어난 18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2분기(10.4%)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8.8% 증가한 가운데 공모주 청약, 생활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1.6%나 늘었다. 소득보다 빚이 빨리 늘어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4.1%로 전년 동기 대비 8.1%포인트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149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어났으며 증가세는 2분기(7.3%)보다 확대됐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소폭 개선됐음에도 가계부채는 주택 관련 대출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채무상환부담이 확대됐다"며 "기업 부채는 코로나19 재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설비 및 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 금융지원조치 연장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누증되는 국내 금융불균형이 가계 소비 제약, 기업 투자 위축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대출 부실규모가 확대되는 등 국내 경제에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기 시작하는 임계치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45.9%로 제시했다. 아직 지난 3월 말 평균 DSR(36.1%)보다 높아 가계의 전반적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를 줄일 정도는 아니지만, DSR가 만약 8%포인트 뛸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 대출자 가운데 각각 27.7%, 19.7%는 소비 임계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의 실물경제 충격에 대한 실증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불균형 수준에서 대내외 충격이 더해지면 극단적 경우(10%의 확률) GDP 성장률이 2023년에는 연 -1.4%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주요국 금융 불균형 상황까지 반영하면 성장률은 같은 확률(10%)로 연 -3.0%까지 내려간다. 또한 2020년 0.83%였던 가계대출 부도율은 1.18%로 오르고 가계대출 부실 규모도 5조4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4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누증될수록 대내외 충격에 금융·실물경제의 변동성이 더 커지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억제는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4.2%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9.7%)을 크게 웃돌았다. 1인당 대출 규모도 자영업자가 3억5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약 4배에 달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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