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금 필요한 군부, 옥 불법 채굴 부추겨
지난 22일 발생한 미얀마 카친주 흐파칸트 지역 산사태로 인근 옥 광산에서 일하던 인부 100여 명이 호수에 매몰됐다. 호수의 깊은 수심에 구조에 엄두를 내지도 못한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채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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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강행한 옥 채굴 현장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실종된 인원만 100명이 넘는 등 군부의 권력욕에 희생된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전날 새벽 북부 카친주 흐파칸트 지역에 위치한 옥 광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인부 100여 명이 토사에 휩쓸려 인근 호수에 매몰됐다. 사고 발생 직후 카친 주정부는 150명의 구조대를 긴급 투입해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토사량이 워낙 많아 현재까지 찾은 시신은 3구에 불과하다. 구조대 관계자는 "매몰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포크레인 등 장비가 오지 않으면 시신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흐파칸트 비극의 책임은 오롯이 쿠데타 군부에 있다. 올 2월 쿠데타 이전 미얀마를 운영하던 문민정부는 지난 2016년 "환경관리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옥 채굴 면허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문민정부는 2018년 이후 옥 채굴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하지만 비밀 통치자금이 필요했던 군부는 문민정부의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제로 카친주에 주둔한 33사단은 최근까지 현지 광산업체와 유착, 야간에 계속 불법 채굴을 벌여왔다.
흐파칸트 주민들은 쿠데타 이후 "군부의 채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는 시위 주동자들을 모두 체포하고, 노인과 어린이까지 동원해 옥 채굴을 이어왔다. 군부의 '옥 욕심'은 민간 시장으로도 뻗치고 있다. 만달레이 정부군은 최근 지역 내 옥 거래소를 급습, 정상 구매가 이뤄지고 있던 옥을 모두 갈취해 갔다.
군부의 다급한 행보는 미국 등 서방국들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으면서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미얀마 군부와 연관된 기업과 거래한 모든 달러를 동결 조치하고 있다. 이에 군부는 내년부터 중국과 국경 무역에서부터 시범 결제 통화를 위안화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현재 남은 군부의 자금원은 옥을 필두로 한 광물 산업과 티크 등 목재 산업, 희토류 판매 정도다. 이들 물품의 최대 구매자는 중국이며, 최근에는 태국과 인도도 위안화와 밧을 이용해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의 최대 수입원이었던 가스 판매 사업은 지난 5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군부 배당금 4,360만 달러(약 487억 원) 지급을 철회한 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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