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제가 법사위는 참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측근으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장제원 의원이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준석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을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으로 지목하며 “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부산 사상 3선 의원인 그에게 이 대표가 “지역구에만 있으라”고 경고하자, 장 의원은 소속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이유로 들며 반박한 것이다.
토론과 설전에 강해 여당에서 ‘싸움닭’이란 말을 듣곤 하는 장 의원이지만 이날 통화에선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내가 싸움을 거부하는 사람은 원래 아닌데 이번엔 대응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건강한 비판, 대안을 가지고 공격하는 것에는 얼마든지 응하겠지만, 모욕적인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 내가 대응을 하면 이건 국민이 볼 때 당내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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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나인들 왜 감정이 없고, 이런 모욕적인 인신공격에 대해 왜 할 말이 없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당 선대위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감정적인 대응을 하다 보면 당과 후보가 어려워진다”며 “지금 엄중한 시기에 윤석열 후보에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해야지, 이런 이전투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제가 해야 할 일만 성심을 다해 수행하겠다. 참고 또 참겠다”고 적었다.
이에 반해 이 대표는 장 의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 의원을 재차 ‘윤핵관’으로 지목하면서 “어떤 특수한 정보력이 있어서 저도 몰랐던 걸 아느냐. 블랙 요원이냐” “정치장교냐. 개선이 없는 사람” 등의 표현을 동원해 거세게 몰아세웠다. 또 “윤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후보 측근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게 되나. 비선이 직도 없는데”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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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 쇄신 작업의 ‘칼’을 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어떤 사람은 ‘나는 후보와 가까우니 내 나름대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맡은 임무 외에 자기 기능을 발휘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소위 '윤핵관'에 대한 견제성 발언이다.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선 “종합상황본부가 중심이 돼 전체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후보와 직접적으로 협의해 모든 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인데, 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제대로 실어줬다면 김 위원장이 당장 선대위를 해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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