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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광화문에 모인 자영업자들 “장사하면 죄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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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를 열고 “방역패스와 영업시간 제한 정책을 철회하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집회 현장에는 사전 신고된 인원인 299명만이 들어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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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밀고 들어갑시다!”

22일 오후 3시30분 무렵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한 자영업자 고함에 시위 현장 ‘입구’에서는 경찰과 자영업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가로·세로 1m짜리 철제펜스를 묶어 가두리 형태로 시위 장소를 에워싸고 출입구를 만들었다. 경찰에 막혀 펜스 밖에 있던 100여명이 온몸으로 펜스를 밀었다. 몇몇은 펜스 앞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타 구호를 외쳤다.

자영업자들은 경찰과 대치하며 “죽을 것 같아서 나왔다” “막지 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진행한 박준성씨는 “인원이 200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취재진까지 포함해서 ‘사람이 많다’며 일방적으로 펜스로 막았다”고 항의했다. 시위대는 20여분간 경찰과 대치하며 “정치방역 중단하라”“정부가 공범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서울 광화문 주변에는 PC방업, 호프, 공간대여업 등을 하는 자영업자 500여명이 모였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최한 총궐기였다. 이들은 ▶방역패스·영업제한 철폐 ▶소상공인 지원금 확대 ▶손실보상법 확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반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집회 인원을 백신 접종 완료자 299명 이하로 제한했다. 경찰은 20명씩 인원을 집계해 펜스 안으로 들여보냈다. 집회 집행부는 참가자 체온과 QR코드를 확인했다.

부산·광주 등지에서 올라온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고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호프집을 9년간 운영한 박모(58)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도 겪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다. 매출이 80%나 줄어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펜스 밖의 사장님들 마음까지 더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랬다저랬다 말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을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호 비대위 공동대표는 단상에 올라 “직장인은 쉬면 ‘0’에서 시작하지만, 우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고정비가 있어 빚이 쌓인다.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100만원이 아닌, 자영업자 손실을 온전하게 보상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에서는 장사하면 죄인이 되는 거냐. 코로나가 자영업자 시설에만 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확진자가 1000명이 넘은 뒤 가장 높은 방역지침을 실시하지만, 확진자는 줄지 않는다. 효과가 있는 게 맞냐”며 “자영업자는 장사뿐만 아니라 감시자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정치인을 향해서도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영업자 자유발언 도중 단상에 올랐다. 이 의원이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지원을 통해 르네상스를 열겠다. 지금은 더 잘사는 대한민국, 함께 사는 대한민국, 재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자 야유가 쏟아졌다. 시위대는 “꺼져라”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마이크 내려놔라” 등 항의했다.

경찰은 집회에 299명보다 많은 사람이 몰릴 것에 대비해 현장에 경찰 800여명을 배치했다. 이날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거나 임의동행된 참석자는 없었다.

최연수·김지혜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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