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또 미묘한 말을 했다. 윤 후보는 22일 전북 전주의 전북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더러 왜 개인에게 자유가 필요한지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런 발언은 국민의힘이 지켜야할 가치로 자유를 강조하며, 경제·교육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나왔다. 그는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우리에게 자유가 존재하는 것이고, 자유가 뭔지, 나한테 자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에서 헌화하려다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윤 후보는 결국 추모비 대신 이세종 열사 표지석에 헌화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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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그러면서 “공동체에서 어려운 사람을 함께 돕고 그 사회에서 산출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되지만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눠서 그분들에 대한 교육과 경제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표현에 극빈층과 저학력자는 자유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들릴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그 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도와드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경제 여건 보장되도록 하고 교육받도록 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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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이어 전주에서도 추모비 앞에서 막혀
윤 후보는 이번 호남 방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했지만 또다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전북대 안에 있는 5·18 희생자 이세종 열사의 추모비를 찾았지만, 반대 단체들에 막혀 헌화를 못하고 등을 돌렸다. 윤 후보는 지난달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 추모탑 헌화·분향하려 했지만, 반대하는 시민에 가로 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었다.
윤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전북대 민주동문회 등 단체 10여명은 이 열사 추모비 앞을 지켰다. 검은 정장을 입은 윤 후보가 흰 장갑에 흰 국화를 들고 추모비 앞으로 다가서자 이들은 ‘전두환 학살 옹호하는 윤석열, 5·18 영령은 거부한다’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막았다. 윤 후보 지지자들은 “정권교체 윤석열”을 외쳤다. 반대 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맞섰다.
반대 단체와 지지자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대치가 이어지자 윤 후보는 결국 100m 정도 떨어진 제1학생회관 앞 이 열사 표지석에 대신 헌화·묵념했다. 이 열사는 전북대에서 비상계엄 철폐와 전두환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하다가,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1980년 5월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반대하는 분들이 물리적으로 막고 있는데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며 “(이 열사가) 저와 똑같은 79학번이더라. 5·18 때 제가 대학 2학년이었는데 친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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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정권 재탄생하면 전북 미래 있겠나"
윤 후보는 전북대에서 열린 전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전북이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을 밀어줬다. 우리 김대중 대통령의 영향 하에 그 분을 믿고 따르면서 (민주당이) 그 후예라고 생각하고 밀어줬다”며 “(그런데) 전북 사정이 많이 좋아졌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대로 괴물정권을 재탄생시켜서 우리 전북에 어떠한 발전과 미래가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오전엔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국 최대 규모의 ‘완주수소충전소’를 방문했다. 그는 “결국 중앙정부의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중요하다”며 “확실히 자료를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수소 탱크도 보고 수소(에너지)에 의해 작동되는 지게차를 보니 많은 인사이트(통찰력)가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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