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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또 “그만두겠다”는 이준석…18일 만에 터져버린 '울산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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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회견장을 떠나며 승강기를 타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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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던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이 대선을 78일 앞두고 또다시 폭발했다.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과 갈등을 빚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모든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겠다. 조금의 미련도 없다”고 선언했다.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3일 ‘울산 회동’으로 갈등을 봉합한 지 18일 만에 터진 악재다. 당내에선 “달랑 반창고 하나만 붙여놓고 상처를 방치하다가 벌어진 예견된 참사”(다선 의원)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울산 봉합과 같은 극적인 반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윤석열 선대위는 불과 출범 보름만에 또다시 메가톤급 태풍을 맞게됐다. 조 단장이 이날 저녁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께 진심으로 죄송하고,백의종군하겠다”며 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직 사퇴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가 당장 선대위에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직접적 도화선이 된 조 단장과의 갈등에 대해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선대위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 단장이) 이를 바로잡는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영상을 언론인에게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날(20일)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발)보도나 정리하라”(이 대표),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조 단장)며 맞붙었다. 이후 조 단장이 이 대표를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을 주변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조 단장이 전날 밤 “사과드린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지만, 이 대표는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보니 기가 찬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울산 회동이 일군의 무리에게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마음대로 해도 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며 “이때가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을 던지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보면 이런 모습이 선거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양비론을 던지는 윤핵관’을 두고 당내에선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날 오전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가 선대위를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다. 공보단장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느냐”며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래서 이 대표의 불만은 단순히 조 단장뿐만 아니라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측근들과 윤 후보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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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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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이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 후보와 이 문제로 소통했나’라는 질문에 “조 단장이 자신은 후보의 뜻을 따른다고 했는데 이렇게 사태가 커질 때까지 조 단장이 후보와 상의한 것인지, 또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을 내렸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사전에 윤 후보에게 사퇴할 뜻을 전했냐는 질문에는 “안 했다. 제 거취 표명은 후보와 상의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윤 후보의 리더십과 관련해서도 “후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저는 대표로서 상당한 불명예를 얻게 되지만, 무한한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고 했다.

또 이날 밤 9시가 넘어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핵관들이 그렇게 원하는 대로 선거에서 손을 뗀다. (독이 든)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한다고 누누히 이야기해도 그냥 복어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상황이 됐다"고 노골적으로 '윤핵관'을 겨냥했다.



“이준석 사퇴는 내부 권력 싸움 알리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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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이준석대표와 조수진 공보단장의 갈등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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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부에서도 “곪고 곪았던 ‘이준석·김종인 대 윤 후보 측근’의 대립 구도가 폭발한 것“(당 관계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 회동은 미봉책이었을 뿐 선대위 내부 갈등은 계속됐다는 시각이다. 당 인사는 “최근 이 대표가 ‘선대위가 규모만 커질 뿐 중구난방이다. 대선을 치를 상황이 못 된다’는 우려를 주변에 여러 차례 밝혔다”며 “조 단장의 거취와 무관하게 사퇴한 것은 조 단장이 아닌 윤 후보 측근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사퇴를 “선대위 내부의 본격적인 권력 싸움을 알리는 신호탄”(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운영을 이대로 끌고 갈 수 없다”며 이 대표를 묘하게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거대한데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 종합상황실을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본부장이 맡은 종합상황실은 당내에서 ‘김종인 별동대’로 불린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운영에 방해되는 사람은 과감하게 (정리) 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이후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선대위에 선거 운동을 하러 온 사람보다는 후보와 눈맞춤 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이 많다”며 “나가라곤 할 수 없고, 무시할 건 무시하면서 내가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인사는 “이 대표의 사퇴와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윤 후보 측근들을 이 기회에 쳐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권을 쥐고 선거를 끌어가는 김 위원장 스타일과 윤 후보가 앞세우는 ‘통합형 선대위’는 애초에 융화하기 힘들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전권을 손에 쥘지 아닐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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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김병준,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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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내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당내 갈등을 앞장서서 조정해야 할 대표가 갈등을 부추기고 가벼운 처신만 반복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윤 후보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난 이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에 이어 또다시 상황을 너무 가볍게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후보는 이준석·조수진 갈등에 대해 “정치를 하다 보면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우연히 벌어진 일이니 당사자들끼리 오해를 풀면 되지 않나”란 인식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도 이날 저녁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는 윤 후보의)그 말이 오히려 이 대표를 더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수습 나설듯…일각선 “내부 반발 만만치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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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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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시선은 이번에도 윤 후보에게 쏠려 있다. 윤 후보가 이번 일을 계기로 선대위에 일정 부분 칼을 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대위 인사는 “이 대표가 물러난 이상 조 단장은 물론 최소 본부장급 선대위 인사들이 연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는 방식으로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불편한 동거’ 중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거취 표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다만 윤 후보가 전면에 나서는 대신 김 위원장에게 처리를 일임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날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이 문제를 내가 처리할 테니 후보는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라는 배에 구멍이 나면서 김 위원장이 그립을 세게 쥘 기회를 잡았고, 윤 후보도 김 위원장에게 룸(room)을 주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단은 김 위원장에게 정리를 맡기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게 후보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대위 소속 의원은 “지금 선대위는 상대의 티끌 하나도 문제 삼아 공격하는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라며 “김 위원장이 키를 잡더라도 지지율 반전이 시원치 않다면 곧바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괄 사퇴’ 이재명 벤치마킹론 까지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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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이 후보의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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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에는 선대위를 재출범하는 수준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날 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재명 벤치마킹론’까지 거론됐다. 지난달 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열세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사무총장 등 정무직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하고, 우원식 전 공동선대위원장 등 이 후보 측근 그룹도 선대위에서 물러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은 집안싸움을 하다가도 문제가 터지면 전략적으로 뭉치는 데, 우리는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내부 싸움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의 캠프 사람들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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