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1.12.21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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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를 자처하며 매머드급으로 꾸려졌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위기에 봉착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21일 “선대위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인사는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수술을 예고했다.
당초 “슬림한 선대위”를 표방했지만, 21일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는 구성인원이 5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가 됐다. 각 본부의 유기적인 조율도 부족한 데다, 별도의 후보 직속위원회인 새시대준비위원회ㆍ내일이기대되는위원회ㆍ약자와의동행위원회도 각자 정책과 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조직본부와 정책본부 등 일부 본부 내부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그래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논란 끝에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은 '원조 측근' 장제원 의원이 “불협화음이 밖으로까지 새어 나오고 있다. 하이에나 운운하더니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선 “‘병렬식 선대위’가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현재 선대위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주요인사들이 각각의 축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후보의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3김에 이준석, 원희룡, 윤희숙 등을 쭉 세워놓다보니 선대위도 길을 잃고 후보도 빛을 못 본다”고 말했다.
‘용광로’식 인재영입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20일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해 온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깜짝 영입한 걸 놓고선 당내선 “악수”라는 지적이 분출했다. “신지예는 강성 페미로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급진적 동성결혼 합법화론자이자 대책없는 탈원전론자다. 정권교체 뜻이 같다고 무작정 영입하면 우리 핵심 지지세력은 노선에 혼란을 느끼고 이탈한다”(하태경) "잡탕밥"(홍준표)등이다.
현장풀)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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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지금 선대위 구성이 ‘묻지마통합’을 해 총선을 치렀던 미래통합당을 보는 듯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 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다 합치자”며 통합론을 내세웠지만 당내 이견과 문제적 발언이 분출하며 선거에서 참패했다. 윤 후보 역시 영입인사들과 잇따라 메시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탈원전은 무지가 부른 재앙”이라고 주장한 뒤 ‘탈원전론자’ 신 부위원장을 영입했고, “차별금지법은 일률적으로 가면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 사흘 뒤 금태섭 전략기획실장이 “차별금지법을 앞장서서 치고 나가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카드”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후보가 철학을 갖고 내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뒤로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1일 김종인 위원장은 이 같은 선대위 상황을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 하는 항공모함”이라며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 일정을 확정하려는데 쓸데없이 다른 데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서 일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후보가 어디를 가면 해당하는 메시지가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게 맞춰지지 않는다”고 했다. “개별적으로 후보와 관련있으면 자기가 무슨 한마디씩 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데, 그럼 선대위가 효율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선대위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인사는 앞으로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종합상황실(총괄상황본부)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를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이미 꾸려진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도 이날 오후 라디오에 출연해 “쉽게 생각하면 전면 개편을 할 수 있는데, (이미)후보와 눈맞춤(눈도장) 하기 위해 들어온 많은 사람들을 다 나가라고 할 수 없다”며 “그 사람들이 있는 한에서 무시할 건 무시하고 내가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참여 인사들에 대한 '일괄 정리' 대신 일부 인사만 물러나게 한 뒤 기존 조직을 가져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준석 대표가 이날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표를 냈으니 본부장급 이상이 일괄사표를 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선대위 일부 개편에 대해선 윤 후보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반가운 이야기”라고 했고, 저녁에는 “총괄위원장께서 ‘이 문제는 나한테 맡겨달라’고 해서 김 위원장과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주도권을 쥘 계기가 됐고, 윤 후보가 그 ‘룸’을 열어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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