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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이준석, 선대위 사퇴···본질은 '물리적으로만 결합'된 이준석과 윤석열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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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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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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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 대표와 갈등했던 조수진 최고위원도 선대위 공보단장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78일 앞둔 시점에서 시계제로의 갈등 국면에 들어갔다. 발단은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 사이의 갈등이다. 본질은 선대위 규모와 의사결정체계에 대한 이 대표와 윤 후보의 대립이다. 윤 후보의 정치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자가 갖게 된다”면서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전면개편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이 내홍 국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선대위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을 겨냥해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견 직전 조 최고위원이 대표실을 찾아 사과 의사를 밝힌데 대해서도 “관심 없고, 어떤 형태로 사과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란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퇴를 두고 윤 후보와 소통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저 개인적으로 후보와 상의하지 않아도 판단할 주체적인 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윤 후보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당 대표로서 만약 대선에서 우리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게 되겠지만,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자가 갖게 된다는 것, 그것 때문에 저는 후보자의 선택을 항상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양수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사의 표명은 했지만 (윤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직책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도 공보단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 사퇴 4시간 만에 사퇴의사를 밝히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 대표의 전격 사퇴는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 최고위원과의 충돌에서 발단했다. 이 대표가 전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 의혹 관련 언론 대응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자, 조 최고위원은 “나는 후보 지시만 받는다”고 맞받으면서 둘 사이 갈등이 촉발했다. 조 최고위원이 “후보의 뜻”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 대표가 이같은 발언에 발끈하고 나서자 조 최고위원은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이후 몇몇 기자들에게 이 대표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두 사람은 극한 갈등으로 치달았다. 이 대표가 조 최고위원의 공보단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조 최고위원이 유튜브 관련 해명하며 사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본질적인 배경은 선대위 규모와 체제를 둘러싼 이 대표와 윤 후보의 입장 충돌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그간 김종인 위원장 중심의 선대위 슬림화를 주장해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지난 3일 이른바 ‘울산회동’으로 이 대표와 윤 후보 갈등이 봉합되고, 김종인 위원장 주도의 선대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선대위 규모는 더 비대해졌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밖에서 보면 우리당 선대위는 세갈래로 갈라져 있다. 김종인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조 최고위원이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후보의 뜻”을 언급한 것을 두고 “공보단장이 그런 식으로 후보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선대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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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1일 오후 국회의사당 국민의힘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사과하겠다며 대표실에서 이 대표를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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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측은 선대위 난맥상이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건희씨 경력 허위 기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윤 후보는 해명과 반박으로 일관하다 나흘 만에 사과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 당시 늑장 사과로 곤욕을 치르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신지예씨 영입 등 인재 영입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선대위 내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각종 현안에 대한 이음이 나오면서 윤 후보, 김 위원장, 이 대표 간에 직접적인 소통이 있으냐는 의구심까지 나온다. 선대위 산하 위원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정책 개발 등 업무 중복 문제도 꾸준히 지적됐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람은 많은데 정말 일할 사람은 안보인다”며 “선대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퇴 선언에 맞춰 김 위원장은 곧장 기존에 주장해왔던 슬림한 선대위 개편안을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대위는 항공모함에 비유할 정도로 거대하다”며 “선대위 운영 실태를 파악해보니 이대로는 갈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선대위에서 할 수 있는게 뭐냐. 쉬운 말로 기동헬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종합상황실(총괄상황본부)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여러사람 모아 장기자랑 하려다 보면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선대위 개편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윤 후보의 최근 일정이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쓸데없이 말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욕을 좀 먹더라도 내가 완강하게 끌고 가는 자세를 갖는 수밖에 없지않나 생각한다”면서도 “선대위가 구성되고 한달 이상 움직이고 있는데 기여하겠다는 사람들을 당장 쫓아내거나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규모를 전면적으로 축소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총괄상황본부를 중심으로 역할 조정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선대위 일부 인사들은 역할 축소 등 밀려나는게 불가피하다.

원내에서도 이같은 개편론에 호응하는 여론이 감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대위 개편을 단행한후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국민의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이재명처럼 선대위를 해체하고 다시 꾸려야 한다”며 “슬림화해서 일할 사람만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선대위 핵심에 있다는 분들부터 적절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며 “과단성 있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주도의 선대위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총괄선대위원장 수락 당시만 해도 김종인 중심으로 금방 정리될 것처럼 얘기들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박수영 의원은 이 대표 사퇴 선언 직후 SNS에 ‘최고위원 전원 사퇴하라’는 글을 올리고 “선대위 구성이 어떠하고, 누가 있고 없고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뿐”이라며 “아직 밥을 퍼줄 생각도 하지 않는데, 밥그릇부터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꼴”이라고 했다.

심진용·유설희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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