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흥행을 거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 정호연(오른쪽부터)과 박해수가 지난달 8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행사에 참석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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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특별판 행사장에 설치된 '오징어 게임' 형상 앞에 작품 속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어린이 방문객이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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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샌디에이고 코믹콘 특별판 행사에서 한 여성이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따.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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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퍼스 게임(Octopus Gameㆍ문어 게임)’이란 ‘오징어 게임’ 아류작을 미국 회사가 선판매하는 것도 봤다.” 콘텐트 해외 세일즈 관계자의 목격담이다. K콘텐트 열기가 뜨겁다. 북미 시장에선 K팝과 함께 K콘텐트가 주류 문화로 올라서고 있다. 과거 한류가 일부 스타 배우, 아이돌 팬덤에 기댄 것과 다르다. “한국식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자체가 영향력을 갖게 돼 일시적 팬덤이 아닌 좀더 장기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이정세 메가박스중앙ㆍ스튜디오M 본부장)란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 콘텐트 투자ㆍ배급사들의 글로벌 전략도 예년과 달라졌다. 미국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넷플릭스 흥행작 ‘킹덤’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세계적 열풍에 힘입어 종전의 해외 ‘진출’이 아닌 ‘확장’을 꾀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세계 시장의 심장부로 직행하는 고속도로가 뚫리고 자막의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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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美스튜디오가 K콘텐트 만들자고 러브콜"
CJ ENM 글로벌 사업 담당 조성우 부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던 K콘텐트 제작 역량이 글로벌 OTT라는 디지털 환경이 발달하고 유튜브ㆍSNS 플랫폼 활성화로 바이럴 마케팅이 되면서 더 많이 확산하게 됐다. 유사 콘텐트로 리메이크ㆍ속편 제작을 거듭하며 기존과 다른 지적재산(IP)를 찾던 미국도 K콘텐트가 잇따라 잭팟이 터지면서 지속적인 시장성을 갖춘 콘텐트라고 인식한 것 같다”면서 “이젠 미국 스튜디오에서 한국어 콘텐트를 공동 기획ㆍ개발ㆍ투자하자는 제안이 온다”고 16일 본지에 전했다.
CJ ENM는 글로벌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 등을 만든 약 1조원 규모 글로벌 제작사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8일 미국 지상파 방송사 CBS와 파라마운트 픽처스, MTV 등을 보유한 미국 종합 미디어 그룹 바이아컴CBS와 전방위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글로벌 OTT에 맞선 합종연횡이다. 아시아 진출을 꾀하는 바이아컴CBS와 글로벌 확장을 위해 콘텐트 경쟁력을 갖추려는 티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CJ ENM 로고. [사진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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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아컴CBS 로고. [사진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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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파트너십을 통해 CJ ENM 고유 지적재산(IP)을 바탕으로 기획ㆍ개발ㆍ제작ㆍ투자ㆍ배급 등 전 단계에 걸쳐 협업하고, 북미 내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CJ ENM은 14일 바이아컴CBS 산하 OTT ‘플루토 TV’에 자사 브랜드관을 열었다. 또 다른 자회사 OTT ‘파라마운트+’에도 자사 콘텐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엔 CJ ENM의 OTT 티빙 내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만든다. 바이아컴CBS은 티빙에 전략적 지분 투자 및 티빙 오리지널 7편 제작에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댄 코언 바이아컴CBS 글로벌유통본부장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례 없는 글로벌 수요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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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북미 심장부 가는 고속도로 됐다
조성우 부장은 “프로젝트 단위의 공동 기획 개발, 미국 내 단순 유통ㆍ배급이 중심이었던 것과 달라졌다”면서 “기존엔 제한적 극장 배급 탓에 노출도가 크지 않고 속도가 더뎠다면 이젠 ‘플루토 TV’ 5000만 이상 구독자에게 우리 콘텐트를 노출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배우ㆍ창작자가 미국 현지와 일할 수 있는 계기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엔데버 콘텐트 인수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 매체들도 크게 보도했다. “CJ ENM이 글로벌 콘텐트 사업의 강자로 떠올랐다”(버라이어티), “CJ ENM이 할리우드 메이저 아티스트들을 작품에 합류시키는 게 한결 용이해졌다”(더 랩)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OTT 브랜드들의 로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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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들도 북미 ‘직통’ 네트워크 구축에 뛰어든 모양새다. K좀비 붐의 원조격인 영화 ‘부산행’을 투자ㆍ배급한 NEW는 지난 3월 할리우드 콘텐트 투자 회사 라이브러리 픽처스 인터내셔널(LPI)과 3년간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드라마 제작사 JTBC스튜디오는 지난 5월 미국 제작사 윕(wiip)을 인수해 양사의 IP 리메이크, 공동제작, 유통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여전히 세계 극장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애플TV+, HBO맥스 등 한국 상륙이 잇따르는 글로벌 OTT는 당분간 K콘텐트 해외 확장의 중요한 교두보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NEW 산하 해외세일즈사인 콘텐츠판다 이정하 부장은 “K콘텐트가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남미 등 전세계에 고루 팔리게 됐다”고 시장 확대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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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성공 K콘텐트 재투자되는 선순환 있어야"
한편 이런 외연 확장이 K콘텐트의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건강한 창작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해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출시돼 K콘텐트 최초로 미국을 비롯한 넷플릭스 전세계 35개국 1위에 오른 영화 ‘#살아있다’ 투자ㆍ배급사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 IP 확보가 콘텐트 기업의 경쟁력이 됐다”면서도 “글로벌 성공이 한국 영화계에 재투자를 불러일으키는 선순환 구조가 있어야 지속적인 K콘텐트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CJ ENM 조성우 부장도 “좋은 콘텐트 창작자를 육성ㆍ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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