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거리두기 방침에 근심 깊어진 자영업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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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통계청 같다. 확진자 수 집계해 손바닥 뒤집듯 방역 조치를 바꾸니 확진자 늘 때마다 심장이 조여 온다. 지난 2년 내내 오락가락하는 정부 때문에 불안장애 생겨 정신과 다닌다.”
경기도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나민규(가명)씨는 지난 18일부터 식당·커피숍 등 다중이용시설에 영업제한 조치가 또다시 걸리자 이같이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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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방역에…정신적 고통 극심”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근시안적 방역조치 때문에 우울감이 극심하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이유로 ▶일관성 없는 정책에 따른 고객·고용인력 관리 어려움 ▶형평성에 어긋나는 방역수칙 ▶성수기 때마다 찾아오는 방역강화 등을 꼽았다.
나씨는 “코로나 시국에 경제적 압박 못지않게 힘든 게 사람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라고 했다. 그는 “방역패스 때문에 고객과 실랑이하게 하고, 위드코로나 준비 위해 기껏 아르바이트생(시간제 근로자) 뽑아 교육했더니 방역 강화한다”며 “왜 국민끼리 싸우고 눈치 보게 만드나”라고 분노했다.
지난 16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 예약 메모장에 이번 주말 예약이 취소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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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논란 여전…“손실보상 대신 장사하고파”
자영업자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내일(18일)부터 영업제한인데 다시 우울감이 온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형평성 없는 방역수칙에 불만을 표한 이 글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A씨는 “왜 매번 소상공인만 잡나”라며 “백화점에 가면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여있는지 주차장에 들어가는 차 때문에 주변 도로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교회는? 대중교통은?”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또 “최고 대목이 연말인데 목요일(15일)에 갑자기 ‘이제 토요일(18일)부터 밤 장사 하지 말라’고 한다”라며 정부의 기습적 방역수칙 통보를 비판했다. 그는 “12월 벌어서 1~2월 비수기에 먹고 산다”며 “식재료 구매와 직원 근무 스케줄이 하루면 다 해결되는 일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고등학교 서클(동아리)도 이런 식으로 운영 안 한다”라며 “피눈물 흘리며 2년이나 참았는데 보상보다는 열심히 장사해서 살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서울 모처의 식당 업주 B씨도 “자영업자는 여름 시즌이나 명절·연말 특수 등 한 철 장사로 1년을 난다”며 “그런데 정부는 방역 조치를 풀었다가도 성수기만 되면 확진자 늘었다며 숨통을 조인다”고 말했다. B씨는 “정부의 손실보상제 등이 달갑지 않은 이유가 성수기 영업제한 등으로 인한 체감 손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100만원 방역지원금도 준다고 하던데 최저임금 기준 한 사람 인건비도 안 되는 금액으로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도청광장 교차로 앞 도로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여당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전을 던지며 손실보상금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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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근시안적 대책, 자영업자 피해 키웠다”
이번 영업제한 조치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은 내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총궐기 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행동을 통해 방역패스·영업제한 철폐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반대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정부의 원칙 없는 방역대책이 자영업자의 경제적·심리적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나 위드코로나 등 주요 방역 조치를 발표하기 전 신중해야 했다”며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으면 소상공인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코로나19가 터진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방역 강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위드코로나 공표 때 확진자 수보단 위중증자·사망자 관리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던 만큼 안전 조치에 힘쓰되 국민 생업을 더는 위협하면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 폴리틱스(정치 행위)’, ‘코로나 포퓰리즘’ 등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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