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연구팀 국회 제출 보고서…"신고해도 방지 효과 없다" 응답 69%
스토킹 (CG) |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스토킹 피해자 10명 중 8명은 피해 당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토킹에서 시작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경찰에 대한 신뢰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이수정 경기대 교수 연구팀이 국회에 제출한 '스토킹 방지 입법정책 연구' 보고서에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스토킹 피해자 256명 중 206명(80.5%)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해줄 것 같지 않아서'(27.6%), '사소한 일이라 생각돼서'(22.8%), '경찰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18.9%), '과거에 신고했을 때 소용이 없어서'(6.3%)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증거가 없어서',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문제인지 몰라서'가 각각 5.8%였고 '보복·협박이 두려워서'(4.8%), '법적인 절차가 부담돼서'(4.3%) 등의 답변이 있었다.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이들 가운데서도 경찰의 조치에 만족하는 경우는 응답자 중 19.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불만족 이유로 '가해자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이 취할 수 있는 행위가 별로 없었다', '경찰이 내 사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가해자의 말을 믿고 연인 사이 문제 또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취급했다', '경찰이 2차 가해를 했다' 등을 언급했다.
경찰 신고가 스토킹 행위를 막는 데에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있었다'가 30.5%, '없었다'가 69.5%로 나타났다.
결국 피해자들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홀로 상황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주로 대처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무조건 마주치지 않게 피해 다녔다'는 응답(20.7%)이 가장 많았고 '화를 내고 싸웠다'(15.6%), '가해자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14.5%)가 뒤를 이었다. '그냥 당했다'는 응답(6.3%)도 적지 않았다.
11월 29일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12.5%)와 '경찰에 신고했다'(5.9%)는 경우는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상담 기관에 의뢰했다'는 응답은 전무했다.
결과적으로 스토킹 피해가 어떻게 멈췄는지 묻는 말에서도 '이유 없이 그냥 멈추었다'(23.4%), '내가 이사하거나 직장을 그만뒀다'(18.8%),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해결했다'(17.6%), '가해자가 새로운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12.5%) 순이었다.
연구팀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피해자 자신도 스토킹 피해를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인식이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rbqls12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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