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홍대 등 번화가 식당과 영화관 한산…"대목인데 매출 70% 빠져"
위드 코로나 때 종로구의 한 식당(왼쪽)과 거리두기 후 18일 홍대 인근 카페 |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윤우성 기자 = 토요일인 18일, 연말이라 대목을 기대하고 있던 강남과 홍대 등 번화가의 식당과 주점들은 오후 9시 전부터 폐점을 준비했다.
이날부터 '사적 모임 4인, 식당 밤 9시까지 영업'을 골자로 하는 거리두기가 다시 시행되면서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었던 폭설과 추위에도 방문해준 고마운 손님들을 일찍 내보내야 하는 실정이라 저마다 한숨을 쉬었다.
홍대 인근 맥줏집에서 빈 잔을 치우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오후에 눈도 왔고 춥다 보니 지난 주말보다 30%가량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강남의 한 일식당의 30대 김모 실장도 "예약은 싹 다 취소됐고 들어오더라도 백신 2차 접종을 안 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며 "연말 대목인데 매출이 70% 이상 빠졌다. 주문해둔 활어와 선어를 어제는 없어서 못 팔고, 오늘은 남아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수요 맞추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홍대입구역의 한 노래방도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사장 윤종수(57) 씨는 "밤 9시까지로 영업 제한이 걸려 어렵지만 이제 어쩌겠느냐"며 손님이 5개 팀 남았지만 10분 뒤면 모두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근의 다른 노래방 직원 이모(36) 씨는 "오후 9시는 너무 엄격하다. 우리는 술까지 다 마시고 2차로 오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10팀도 못 받았다"고 했다.
거리두기 강화에 한산한 강남 인근 번화가 |
일부 업소에서는 9시가 지나도 손님이 나오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돌연 재개된 때문인지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로 애를 먹는 업소도 있었다.
강남의 한 곱창집에서는 마지막 손님들이 대리 운전기사를 부르고 기다리다 9시 20분이 돼서야 퇴장했다. 주점은 더 난처한 상황이 많은 분위기였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점의 매니저(29)는 "오늘 0시부터 거리두기였는데 택시도 안 잡히고 날도 추우니 취한 손님들을 내보내지도 못했다. 마음을 졸이면서 어쩔 수 없이 자정을 넘겨서도 계속 장사했다. 취객들이 말도 안 들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제 (단속에) 걸리냐 피하냐의 싸움"이라고 푸념했다.
밤 10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영화관과 PC방도 썰렁했다.
오후 9시 30분께 메가박스 홍대점 로비에는 불이 모두 꺼져 있었고 직원도 찾기 어려웠다. 9시 37분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상영된 4관 한 곳에서만 손님들이 속속 퇴장했다. 이날 마지막 영화였다.
친구 2명과 나온 직장인 이모(28) 씨는 "주말에 심야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보는 영화관까지 영업 제한을 해야 하나"라고 불만을 표했다.
데이트 중 여자친구에서 줄 팝콘을 사러 영화관 매점을 찾은 한형석(33) 씨는 문이 닫혀있자 "매점이 벌써 닫았을지 몰랐다. 당황스럽다"고 발길을 돌렸다.
압구정동에서 형이 운영하는 PC방 일을 돕는 김모(29) 씨는 "24시간 영업으로 먹고사는 업종이라 손실이 크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해도 실제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렇게 또 죽여 버리나"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인근의 또 다른 PC방 점장 박모(39) 씨는 "방역 정책을 새로 시행할 때마다 손님이 줄어든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도 제한이지만 방역패스 때문에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30%도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거리두기 강화에 한산한 홍대 인근 영화관 |
폐점 시간인 9시와 10시 무렵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로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은 붐볐다. 영하권 날씨 속 택시가 잘 잡히지 않거나 버스가 연착돼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많았다.
길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이 "밤 9시 영업 제한은 도대체 누구 생각이냐"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이따금 들렸다.
홍대 인근에서 친구 3명과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 휴학생 성모(23) 씨는 "9시라서 아직 안 취했고 너무 아쉬운데 어쩔 수 없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조모(23) 씨 역시 연말 약속이 여럿 취소됐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에 친구들과의 모임과 연말 고향 모임이 다 어그러졌다는 그는 "방역 정책이 조였다 풀었다 엿장수 마음대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직장인 성모(25) 씨는 "자영업자들은 안타깝지만, 병상이 없어 사망한 코로나19 환자나 유가족을 생각하면"이라며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에 공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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