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간 전달 목록 이례적 공개…미 "내주 구체안 갖고 대응"
서방 수용 어려운 요구…군사행동 핑계 위한 정지작업 우려도
지난 9월 러시아-벨라루스군의 연합훈련 모습 |
(워싱턴·이스탄불=연합뉴스) 백나리 김승욱 특파원 =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차단 및 구소련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 중단 등의 요구 목록을 공개하며 미국과 유럽을 압박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나토에 제시한 안보 보장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장한 나토의 동진 중단과 러시아 국경 인근 공격용 무기 배치 중단 등의 요구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리아보노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안보 보장안에서 나토의 확장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러시아의 동의 없이 1997년 5월 전까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는 추가적인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캅카스, 중앙아시아에서 나토군이 어떤 군사 활동도 하지 말 것과 서로의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랴브코프 차관은 "이런 요구는 유럽의 긴장 완화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당장 내일부터라도 스위스 제네바의 가능한 장소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며 "우리 협상팀은 이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요구 목록은 지난 15일 러시아를 방문한 캐런 돈프리드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에게 전달된 것으로, 국가 간 외교채널로 이뤄지는 협의의 내용을 한 쪽에서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요구는 미국과 유럽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러시아가 이를 알면서도 공개 요구에 나섰다가 미국 등이 거부하면 이를 핑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외교협회 행사에 참석, 러시아와의 대화에 준비가 됐다면서 "우리의 우려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도 일부는 수용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다음주께 좀 더 구체적 제안을 가지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동맹과 협의할 것이며 모든 나라가 외부 개입 없이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CNN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계속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긴장 고조 행위를 계속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이에 아랑곳 않고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셈이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미국 정보 당국은 이르면 내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토는 냉전 시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창설됐으며, 소련 붕괴 이후 나토에 대응하는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던 체코·폴란드·헝가리를 비롯해 소련의 구성국이던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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