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직속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장에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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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좀 본받아야 하는거 아니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한 당의 전략에 대해 16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이 인사는 “김씨에 대한 의혹이 언론보도에 연일 나오는데도 민주당 의원 다수는 멍하게 있거나 보고만 있다”며 “‘화력 대결’이 필요한 네거티브 전쟁에서 발 벗고 나서는 이는 추 전 장관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김건희 저격수’를 자임한 듯 관련 공세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 14일 한 언론이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보도하자 다음날인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씨가) 수사를 미루면서 ‘최고 권력만 잡으면 다 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날일 것”이라며 “피의자로서 성실하게 수사에 응하는 당당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적었다.
앞서 8일엔 페이스북에 김씨가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루머를 언급하며 “쥴리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나왔다. (‘주얼리’이기 때문이었나?)”라는 글을 썼다. 다음날인 9일엔 “건진요,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김씨의 주가조작, 논문표절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 의혹 제기했던 ‘타진요’의 패러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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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에게 감투 씌운 이재명
이렇듯 연일 목소리를 키워온 추 전 장관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선대위 중요 직책을 맡겼다. 이 후보는 이날 추 전 장관을 민주당 선대위 내 ‘대통령 후보 직속 사회대전환위원회’ 위원장에 정식 임명했다. 사회대전환위원장은 기후위기·지대개혁 등의 어젠다를 후보와 직접 조율하는 직책이다.
이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출범식 인사말에서 “정말 존경하는 추미애 전 대표님이 ‘지대개혁’을 대표 시절에 말했었다”며 “전적으로 공감하는 의제”라고 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의지, 구상과 제 평소 뜻이 가장 잘 조화되지 않았나”라고 화답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두 사람의 관계가 ‘명·추 연대’라고 불릴 만큼 협조적이었음을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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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그간 ‘명예직’인 선대위 명예선대위원장에 머물렀던 추 전 장관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김씨 관련 의혹을 SNS에 하나하나 제기하며 네거티브전을 이끌 것이란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지층 밖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추 전 장관이 자주 등장할수록 중도·무당층의 이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13일 이 후보의 3박4일 대구·경북 방문 때도 대구 출신인 추 전 장관을 동행시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반발만 살 것”이란 반대 목소리가 커 실행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론전문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추 전 장관 등판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일부 있을 것”이라면서도 “‘추·윤 갈등’ 당사자인 추 전 장관이 김씨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 중도층에선 결과적으로 그 공세의 효과가 반감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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