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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OK!제보] "현장결제 한다더니"…자영업자 울리는 배달음식 '먹튀'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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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인 척 전화해 '카드결제기 없다' 거짓말…계좌이체 약속하고 먹튀

수법 교묘해져…'먹튀' 사례 공유 사이트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현장 결제를 하겠다며 배달 음식을 주문한 뒤 음식만 받아먹고 돈은 지불하지 않는 '먹튀' 고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를 보고도 소액이어서 신고 없이 넘어가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이를 악용한 '먹튀'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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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매장 손님이 계속 줄어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리뷰를 쓰겠다고 약속하면 음료 한 잔을 더 주는 '리뷰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주 한 고객이 리뷰 이벤트를 통해 총 3잔의 음료를 주문하면서 신용카드로 현장 결제하겠다고 했다.

주문을 받은 A씨는 배달 기사를 통해 음료를 보낸 뒤 매장 유선전화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배달 기사인데 카드 결제기가 없어서 음료값을 계좌이체로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주문자의 휴대폰으로 A씨의 계좌번호를 전송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배달 기사가 카드 결제기를 깜박 잊고 두고 간 것으로 생각하고 주문자에게 계좌번호를 전송했고, 바로 입금하겠다는 답장까지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배달 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A씨의 휴대전화를 통해서였다. 기사가 "주문자가 계좌이체 한다는데 음식을 두고 가도 될까요"라고 묻기에 A씨는 얼떨떨했지만 '알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배달이 종료된 뒤 두 시간이 지나도록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주문자에게 입금해달라는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고, 전화를 걸어도 종일 불통이었다. 답답했던 A씨는 배달대행업체에 이를 알렸고, 매장에 다시 온 배달 기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카드 결제기를 갖고 있었으며 A씨에게 전화해 계좌번호를 전송해 달라고 한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처음에 매장 전화로 전화를 건 것은 배달 기사가 아니라 주문자였다. 배달 기사가 도착하기 전 주문자가 배달 기사인 것처럼 가장해 '카드 결제기가 없으니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한 뒤 음식을 갖고 온 배달 기사에게는 '업체와 계좌이체 하기로 이야기가 됐다'며 돈은 보내지 않고 음식만 '꿀꺽'한 것이다.

주문자는 배달 기사가 전화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발신자 번호가 찍히는 핸드폰이 아닌 매장 전화로 전화를 거는 등 처음부터 작정하고 치밀하게 A씨를 속였다.

A씨는 "금액은 1만2천500원으로 소액이었지만, 수법이 교묘하고 괘씸해 기분이 매우 나빴다"며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도 얼마 되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파는 음식을 먹고 정당한 이유 없이 그 값을 치르지 않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로,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피해 금액이 크고 상습·고의적인 경우 사기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피해 금액은 소액인 경우가 많아 피해를 겪고도 A씨처럼 신고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를 악용한 '먹튀' 고객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음식 '먹튀'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런 사례를 제보·공유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배달음식 먹튀근절' 사이트 캡처]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최근에는 '먹튀' 사례와 고객의 전화번호를 제보하고 공유하는 사이트(http://10jang.com)까지 등장했다.

사이트에 제보된 사례는 대부분 배달 기사를 만나서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겠다고 하고서 음식이 도착하면 온갖 핑계를 대며 계좌이체 하겠다고 한 뒤 차일피일 미루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들이다.

이 중에는 일부러 잔액이 부족하거나 결제가 되지 않는 신용카드를 내밀고 "카드가 긁히지 않으니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한 뒤 돈을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신용카드를 사무실에 두고 왔으니 내일 이체해주겠다고 하고서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

'먹튀' 고객 때문에 며칠간 마음고생 했다는 한 자영업자는 "경찰에 신고하고 신고 사실을 알린 뒤에야 음식값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2만∼3만원에 양심을 파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힘든 시기 더욱 기운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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