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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대출규제·稅부담·고점 논란…‘노도강’ 급매물만 팔린다 [혼돈의 서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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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주택시장 분위기 급변

집값 하방압력에 매수자 우위 전환

매도인 vs 매수인 ‘가격인식 갭’ 1억

재건축 기대 전화문의도 크게 줄어

정치이슈 겹쳐…수요층 관망세 심화

헤럴드경제

“전용면적 59㎡ 매매 호가가 3000만~4000만원 떨어진 게 눈에 보입니다. 최근 나온 매물도 두 배 정도 많아져서 매수자로서는 좋은 조건의 ‘올 수리’된 남향집을 골라서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미아뉴타운 A공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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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지역의 주택시장 분위기가 돌변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그리고 집값 고점 인식까지 더해지며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특히 올여름 젊은 층의 ‘공황 매수’가 집중됐던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의 아파트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첫째 주(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14% 올랐으나 전주보다(0.16%) 상승폭을 줄였다. 같은 기간 서울 강북구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12월 6일 기준)도 0.01%로, 오름세가 완전히 멈춘 그 전주(0.0%)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도봉구(0.07%) 노원구(0.07%) 등 ‘노도강’과 관악구(0.01%) 금천구(0.04%) 구로구(0.12%) 등 ‘금관구’의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북구 미아뉴타운 SK북한산시티 인근 B공인 대표는 “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를 팔겠다는 사람들은 9억원 이상으로 내놓는데 사겠다는 사람들은 8억원 수준”이라며 “매도인과 매수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의 인식 차가 1억원에 가깝다 보니 팔리지 않고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는 매수자 우위 시장인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원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 씨도 “보합세로 보면 맞다”며 “노원 지역은 재건축 기대감에 매수를 문의하던 전화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노원구의 또 다른 C공인 대표는 “7월쯤 계약했던 매수자가 최근에 뜬 실거래가를 보고 ‘정상거래가 맞냐’고 전화로 물어온 바 있다”며 “일시적 2주택자 매물이라 급하게 팔아야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매수 당시보다 가격이 7000만원 떨어졌으니 본인이 상투를 잡은 건 아닌지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선 거래가 뜸한 가운데서도 직전 거래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성사된 거래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0억8000만원(1층)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인 8월 11억3000만원(1층)과 비교하면 5000만원 떨어졌다.

지난 10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8㎡는 전달 최고가인 9억4000만원(11층)보다 8000만원 떨어진 8억6000만원(13층)에 손바뀜했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84㎡는 지난 9월 11억6000만원(4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지만 10월에는 1억3000만원 내린 10억3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9월 500개 후반에 머물던 강북구의 매물이 지난 14일 기준 773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노원구에서도 시장에 나온 매매물건이 2700여개에서 3703개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매물이 쌓이다 보니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들만 거래가 이뤄진다. 미아뉴타운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8억7000만원에 팔린 전용면적 84㎡의 경우 처음 9억5000만원에 나왔다가 협상을 거듭해 내려간 것”이라며 “과거에는 매도인들이 집을 내놓으며 수백만원까지 조정을 해줬다면 최근에는 수천만원 단위 조정도 가능하다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뉴타운에 있는 SK북한산시티(3830가구) 전용면적 114㎡는 올해 9월 9억8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지만 지난달 초 8억 99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노원구 상계주공 4단지 58㎡는 지난 7월 8억15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 12일 7억4700만원에 7000여만원 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매매시장이 약세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집값의 대세 하락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가격이 소폭 하락세를 보인다고 해서 장기적인 부동산 하락 국면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직 대세 하락보다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장세로 보인다”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맞물리며 영끌한(영혼까지 끌어들인) 30대들이 외곽지역 투자를 외면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것도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하지만 “내년 입주물량이 많은 지방 등에서는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할 경우 매물이 자연스럽게 쌓이고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면서 상승폭 둔화, 약세 전환으로 이어진다”면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더해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시장에 섞이면서 수요층의 관망세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영상·양영경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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