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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초유의 수능 정답 유예 사태

초유의 정답 유예…대입 혼란 야기해놓고 평가원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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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오류 논란 속 대입 일정 연기됐지만 대학들만 발동동

오류 판결시 후속조치도 없어…'정답만 찾으면 된다' 고집

뉴스1

지난 10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의 수능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점수가 공란으로 비워둔 채 배부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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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서한샘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논란으로 대입 수시모집 일정까지 연기되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시 합격자 발표 마감이 기존 16일에서 18일로 연기되고 합격자 등록과 미등록 충원 기간 등도 뒤로 밀리면서 대학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시 일정 연기…업무 처리 가능하지만 실수 나오면 어쩌나

앞서 교육부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이 17일로 예정되면서 수시전형 일정을 조정했다.

1심 선고 직후 오후 8시부터 생명과학Ⅱ 응시자 6515명에게 수능 최종 성적표가 통보되면, 당장 대학들은 18일까지 하루 만에 수시 최초 합격자를 발표해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해둔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대학들은 수시 합격자 발표 과정에서 합격자 선정이 제대로 됐는지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합격자 발표가 잘못 처리돼 추후 번복되는 일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검토 시간 부족으로 합격자 번복 등 행정적 실수가 일어나도 평가원은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이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무지하게 불만이 많다"며 "세계적 석학도 문항 오류를 지적하고 있는데 평가원이 빨리 오류를 인정하거나 결정을 내렸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모집도 여파가 없는 것은 아니다.

29일에 수시 충원 등록이 마감되면 이튿날인 30일 곧장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대학들은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 최종 정시 선발인원을 확정해야 하지만 자칫 시간에 쫓기다가 선발인원을 잘못 기재할 우려도 제기된다.

정시 최종 정시 선발인원을 30명으로 공지한 학과가 사실은 선발인원이 27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질 경우 후순위 합격자 3명 합격 처리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성적 처리하는 '대학'도, 지원서 내는 '학생'도 혼란

반대로 수험생 입장에서도 최종 정시 선발인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시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입 일정을 불안정하게 만든 평가원이 생명과학Ⅱ 오류 논란에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문제를 잘못 냈으면 빨리 인정하고 학생이나 대학이 대입 전형을 진행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데 평가원이 무책임하게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능 직후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과 관련된 이의신청이 160건에 달했지만 평가원은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평가원은 또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문항으로서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된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평가원은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 물리Ⅱ 18번 문항을 두고도 이의신청에 같은 방식으로 답했다.

당시 평가원은 문항에서 제시된 그래프가 정확히 표현되지 않았다면서도 "그림 형태가 문제 결과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정답 없음' 처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평가원이 겉으로는 심층적·종합적·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한다면서 현실은 정답찾기식 교육을 강요하는 자기모순을 보인다"고 밝혔다.

만약 1심 판결에서 수험생들이 승소할 경우 평가원이 항소에 나선다면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럼에도 평가원은 현재까지 항소 여부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평가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이의신청 심사를 위해 자문한 학회에 평가원 간부나 직원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심사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원 관계자는 "학회 의견만 가지고 이의신청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서 정하는 사안으로 생명과학Ⅱ 검토를 위해 31명이 이의심사실무위원으로 참여했고 28명은 외부 전문가"라고 밝혔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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