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종교학자들과 여성 권리 협의해 국정 반영"
부르카 입고 아이 안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
13일 톨로뉴스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각 참여 가능성을 포함해 여성 권리에 대해 이슬람 종교학자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슬람적 가치에 따라 일부 정부 현안을 조정해야 한다"며 "종교학자들이 여성 권리 등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국정 운영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9월 7일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정부 핵심 내각 명단을 발표했고, 같은 달 21일에는 17명의 장·차관 명단을 추가로 공개한 바 있다.
탈레반 지도부 주류인 강경파 파슈툰족 출신이 내각 핵심을 차지한 가운데 하자라족 등 일부 소수민족 출신도 포함됐지만, 여성은 단 한 명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앞서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당시 여성의 교육·취업권을 철저히 박탈했다.
아프간의 여성인권운동가와 시민운동가들은 탈레반과 이슬람 종교학자 간 협의 방침을 반기면서도 그러한 자리에 여성 이슬람 학자도 초청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인권운동가인 아르마한 말리카다는 "만일 협의 결과가 국민, 특히 여성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프간 카불에서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 |
올해 8월 15일 미군·국제동맹군 철수와 함께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대다수 여성은 일자리에서 쫓겨나 집 안에 머무는 상황이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고, 수도 카불의 광고판에 그려진 여성 얼굴은 검은 페인트로 덧칠됐다.
남학생과 달리 중고교 여학생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아프간 정부 해외자산 동결과 국제원조 중단으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부모가 돈을 받고 딸을 팔아넘기는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총재는 지난달 12일 성명에서 "지참금을 받고 생후 20일 된 여아까지 매매혼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극도로 끔찍한 경제난이 아프간 소녀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적 비판이 쏟아지자 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는 이달 3일 "여성은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강제 결혼 금지 등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6개 항의 특별 포고령을 발표했다.
아프간 칸다하르주의 소녀들 |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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