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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35조 중금리대출 시장 열리는데…시중은행 "그놈의 규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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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머니투데이

시중은행들이 내년 3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을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환 능력이 있는 중·저신용 차주 선별에 필수적인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나섰다. 그렇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빅테크와 달리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많아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나이스신용평가 기준 859점 이하) 비중을 늘리기로 하고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차기 KB국민은행장에 내정된 이재근 이사 부행장은 지난 2일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선별 대출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과 관련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은행 사이 성과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이어지는 내년 중금리 대출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에 관심을 갖는 건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중금리대출 규모는 2019년 8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5000억원으로 불었다. 올 상반기에 추가로 11조2000억원이 보태졌다. 금융위는 내년 시장 규모가 35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 추산한다. 이는 금융위가 내년 가계대출 총량 한도 관리에서 중금리대출은 제외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대에서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보면 '한도 없는' 중금리대출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금융위는 총량관리 예외를 인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중금리대출을 충분히 공급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정책 방향이 시중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는 것"이라며 "다른 대출로 가능한 수익이 제한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의 중금리대출을 더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NICE 신용점수 859점 이하 고객에 제공한 대출·정책금융 포함) 비중은 평균 18.3%다. 비중을 끌어 올리려면 은행 대출 심사에선 탈락 가능성이 높았던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을 더 정교하게 평가해야 한다. 금융이력 부족 고객(씬파일러) 등 중·저신용자의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제도적인 한계다. 신용평가모형을 만들려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지만 빅테크와 달리 제약이 많다. 은행은 '전업주의' 원칙에 따라 비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은행이 비금융 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려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금융 스타트업 지분은 15% 이상 가질 수 없다. 비금융 자회사를 보유해 각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반면 빅테크는 어떤 지분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최소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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