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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순사건 피해자 유가족 국가배상소송 1심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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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앞선 비슷한 재판 통해 배상 이뤄졌고 소멸시효 지나”

한겨레

1948년 당시 순철열차사무소 소속 철도원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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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순천사건(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숨진 민간인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들이 앞서 낸 유사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고, 고인의 일실이익(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은 시효가 지나 소멸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임기환)는 고 장환봉(사망 당시 29)씨의 부인 진점순(98)씨와 딸 경자(76)·경임(73)씨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고의로 위반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다. 고인의 일실이익과 가족들의 정신적 위자료 등 28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9일 원고의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순천역 기관사였던 고 장환봉씨는 1948년 10월26일 출근했다가 동료들과 함께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돼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됐다. 반군이 통근열차를 이용해 순천에 진입했다는 이유로 ‘반군 동조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1월 ‘당시 군경이 순천지역 민간인 438명을 불법으로 연행해 사살했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유가족은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장씨는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명예로운 철도공무원으로 국가 혼란기에 묵묵하게 근무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를 더 일찍 회복해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고인의 유가족들은 “군경의 불법 체포·감금과 총살 등 불법행위로 인한 고인의 일실이익과 가족들의 위자료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국가배상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족들의 위자료 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앞서 유사한 재판을 통해 이미 배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원고들을 포함한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유사한 취지의 국가배상 소송을 내 2014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는데, 재판부는 “(2020년)이 사건 재심판결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원고들이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할만한 권리보호이익이 새롭게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위자료 청구 부분은 선행 소송과 동일한 소송물에 관한 소에 해당하고,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판결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미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고인의 일실이익을 구하는 부분을 놓고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가족 등이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여순사건) 결정일인 2009년 1월7일 경에는 군경의 불법행위로 망인이 사망해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입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3년 이상 지난 지난해 7월17일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따라서 이 부분 손해배상채권은 소 제기 전 이미 시효가 지나 소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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