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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징어 게임은 TV 문화 혁명의 시작” BBC가 꼽은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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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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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국가에서의 성공을 위해 굳이 영어로 제작될 필요가 없다는 걸 증명했다.”

영국 BBC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영어권 TV 문화를 바꾸는 ‘혁명의 조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이렇게 밝혔다.

매체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오징어 게임은 TV 혁명의 조짐일까’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를 내고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먼저 드라마의 대흥행이 비영어권 국가에서 제작된 비영어 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쓴 전례 없는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막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영국에서조차 수천만 명의 시청자가 이를 감수하고 ‘오징어 게임’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이 영어권 TV 문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5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돼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문화 평론가 데이비드 첸은 “과거에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보려면 불법 사이트나 DVD 판매점에 가야 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드라마의 성공이 영어권 시청자의 ‘자막 거부감’이 업계 우려보다 덜 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기존까지 영어권 제작사나 배급사는 시청자들이 자막을 싫어한다고 판단해 비영어권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영어 자막 번역을 맡은 것으로 유명한 달시 파켓은 “(제작·배급사는) 자막을 쓰면 글자가 화면을 가려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종일 휴대전화로 글자를 읽는다”고 말했다.

세계인이 한국 작품을 주목하는 계기가 돼 또 다른 비영어 콘텐츠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TV 문화 전환점’의 이유로 꼽았다. BBC는 지난 10월 가디언이 낸 ‘오징어 게임에 푹 빠졌나요? 그다음 볼 최고의 한국 드라마 10편’이라는 보도가 많이 본 기사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드라마 ‘지옥’의 인기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2015년 ‘부산행’, 2019년 ‘기생충’, 올해 ‘미나리’가 한국 콘텐츠의 인지도를 조금씩 쌓아왔다고 분석했다. 한 스트리밍 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들이 또 다른 ‘오징어 게임’을 찾기 위해 다른 한국 드라마의 라이선스를 얻어내는 일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 번째로는 언어·국가별로 분절되지 않고 통합된 대중문화를 즐기는 추세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십 년 전 한국 어린이들이 즐기던 달고나 뽑기가 ‘오징어 게임’을 타고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는 무려 55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대형 공연장을 꽉 채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BBC는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따라, 비영어권 콘텐츠를 영미 문화 맥락으로 재해석해 영어판으로 리메이크하는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전이었다면 전 세계 시청자들은 리메이크 작품을 통해 미국이 재해석한 ‘오징어 게임’을 봐야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데이비드 첸도 “오징어 게임을 리메이크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겠지만, 그 전에 많은 사람이 ‘리메이크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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