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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덩치 커진 사업, 총괄 부탁해요… 재계 VC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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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롯데·현대重… 전문경영인 부회장 승진 바람

재계에 VC 바람이 불고 있다.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을 의미하는 VC가 아니라 최근 각 그룹의 연말 인사마다 주목받고 있는 부회장(Vice Chairman)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말부터 재계 임원 인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주요 그룹마다 부회장 승진·영입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CEO(최고경영자)를 부회장으로 올려 예우하는 인사도 일부 있지만, 최근의 부회장 인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힘을 싣고 다양한 사업을 맡기기 위한 실질적인 차원이라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지난 7일 정현호 사업지원TF장과 한종희 세트 부문장을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삼성전자의 인사도 각각 전자 계열사의 구조 개편과 신규 사업 발굴, 스마트폰과 TV·가전 부문 융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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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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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롯데 등 그룹마다 부회장 늘어

지난 2일 SK그룹 연말 인사에서도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김준 총괄사장과 지주사 SK㈜의 장동현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박정호 SK스퀘어·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이 승진하고, 올해 9월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이 중국사업 담당 부회장에 선임된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부회장이 5명 늘어난 셈이다. 2010년대 초·중반 그룹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에 부회장직이 생긴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부회장단이 꾸려지기는 처음이다.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옮기며 부회장으로 승진한 LG는 부회장이 4명이 됐다. 권 부회장이 지주사에서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전체의 먹거리를 챙기고, 주력 계열사별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사업을 이끌고 있다.

롯데는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와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으로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이 영입됐다. 기존 송용덕 부회장과 이동우 부회장이 지주사에서 조직·인사, 사업·전략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그룹 주력인 화학과 유통 사업을 김교현 부회장과 김상현 부회장이 총괄하는 것이다. 앞서 10월 일찌감치 인사를 마무리한 현대중공업그룹에선 가삼현(한국조선해양), 한영석(현대중공업), 강달호(현대오일뱅크), 손동연(현대제뉴인) 사장이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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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영역 다양해져…이사회 중심 경영 확대 영향도

재계에 일고 있는 부회장 바람을 두고 ‘국내 대기업들이 사업 영역과 규모를 확대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정유·화학·배터리 소재 분야 자회사를 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담당하는 SK온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전체 사업을 조율할 부회장이 필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장급 조직인 스마트폰과 TV·가전을 거느리게 된 삼성전자 세트부문의 한종희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환경이 변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며 “부회장 승진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주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대되면서 전문경영인 CEO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룹 총수로부터 전문경영인에게 권한 위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과거처럼 오너가 모든 사업을 다 챙기기는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복잡해지고 커졌다”며 “부회장 직급 상향은 CEO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경영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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