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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고차 발품 팔던 시절 끝…이젠 플랫폼서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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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족으로 불리한 선택을 하는 이른바 ‘역선택’이 판치던 중고차 시장이 환골탈태 중이다. 대규모 자본과 첨단 기술이 투입되면서 중고차 비즈니스 업태가 급변했다. 키워드는 플랫폼, 구독경제, AI·빅데이터 등으로 요약된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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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 시장 통합

▷美 카바나 모델로 온라인 지배력 확장

중고차 시장에서 역선택이 비일비재했던 것은 군소 업체 난립으로 ‘파편화(fragmented)’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이 분절되다 보니 가격과 수리 여부 등 필수 정보 유통이 제약받았고 이는 곧장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랬던 중고차 시장 판도가 확 달라졌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접목되면서 파편화와 분절성 등의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중고차 시장 통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카바나’라는 회사가 화제다. 시가총액이 70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차 판매사로 ‘중고차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자동차 정보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 시장 규모는 8400억달러(2019년 기준)다. 약 4만3000개의 딜러십(dealership)이 있을 정도로 파편화돼 있다. 상위 100개 중고차 판매상을 모두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9%에 불과하다. 카바나의 지난해 총 판매 대수는 24만여대로 아직 주류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국 중고차 시장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사 모델로 국내에서는 케이카가 주목받는다. 지난 10월 상장한 케이카는 한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외국계 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한 장에 주가가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중고차 시장이 2030년까지 온라인 보급률 등을 바탕으로 48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며 “케이카가 사업 모델과 규모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계속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카는 골드만삭스로부터 4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케이카의 핵심 역량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이커머스다. 케이카는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통해 100% 온라인 중고차 매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고차 온라인 시장 가능성을 보고 일찌감치 뛰어든 데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지배력이 결합되자 실적은 상승세를 탔다. 서비스 시작 직후 2018년 매출은 1557억원에 그쳤지만 코로나19 확산 속 지난해 4000억원을 넘어섰다. 온라인 거래에 뒤따르는 중고차 품질 우려는 직매입 방식의 사업 구조로 불식했다. 경쟁사 엔카닷컴은 차량 매입 없이 판매 플랫폼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지만, 케이카는 직접 중고차를 매입한 뒤 상품화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판매한다. 재고 관리를 직접 떠안는 구조여서 판매 채널만 대여하는 여타 플랫폼과 달리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최종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 ‘중고차 이커머스’의 높은 진입장벽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구독경제 전환 속도↑

▷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 경쟁력 높아

중고차 시장 변화의 두 번째 키워드는 구독경제다.

지금까지 자동차 시장은 렌트, 리스 등 금융 고도화로 저변을 확충했지만 구독경제로의 전환은 느렸다. 신차 중심 구독경제 서비스는 기초 자산인 신차의 감가상각이 높은 탓에 다소 비싸게 책정된 서비스 비용이 소비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했다. 감가상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중고차는 수익 구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가령, 신차 소유는 목돈에 취등록세 부담이 크고 중고차 구입 역시 일정 수준의 목돈이 소요되며 고장 리스크가 높다.

중고차 구독은 이런 우려를 덜 수 있다. 구독자는 구독 기간 고장, 수리, 세차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필요할 때 주유만 하면 된다. 해외에서는 중고차 구독경제 서비스가 이미 활발하다. 미국 스타트업 페어(FAIR)와 영국 스타트업 드로버(Drover)가 대표적이다. 페어의 경우 서비스 개시 2년여 만에 4만5000여명 구독자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중고차 구독경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 ‘더트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매달 구독료만 내고 원하는 차량을 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료에는 취등록세, 자동차세 등 각종 세금이 포함됐다. 국산차 외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인기 수입차는 물론 롤스로이스 같은 고성능 차도 원하는 기간에 탈 수 있다. 중고차를 대상으로 해 구독 가격을 확 낮춘 점도 눈길을 끈다. 가령 벤츠 GLA(2018년식, 5만2600㎞ 주행)는 월 75만원만 내면 된다. 6개월 이상만 타면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모기업 지원을 등에 업은 현대캐피탈이 눈에 띈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구독 서비스 ‘딜카클럽’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 기아 중 연식 5년 이내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다.

▶AI·빅데이터 접목

▷정보 유통 투명화로 고객 신뢰 높여

중고차 시장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접목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하다. 차량 빅데이터 수집과 AI 등을 활용한 분석은 공급자에 치중된 중고차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 체질을 바꾼다. 미국에서는 카바나를 빼놓을 수 없다. 카바나는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고차 매입까지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차대 번호, 차량 정보를 인터넷에 입력하면 예상 견적이 즉시 나온다. 중고차 매입 과정을 디지털화한 덕분에 카바나는 지난해 중고차 매입 물량을 전년보다 2배가량 늘렸다.

국내에서는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비즈니스가 아직 초기 단계다. 가령, 엔카닷컴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시세 데이터를 비롯해 중고차 시장, 소비자 동향 등을 분석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고 유무, 주행 거리, 옵션 사항 등을 반영한 객관적인 시세를 산출한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중고차 유통 플랫폼 ‘카툴’이 맹활약 중이다. 이 회사는 중고차 거래 앱 ‘내차두’를 출시했다. 내차두는 빅데이터를 통해 관심 있는 중고차 매물의 숨겨진 정보까지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의 기본 차량 데이터에 정비, 보험사 등 13곳에서 수집한 차량 빅데이터를 가공해 출고 때부터 현재까지 사고·정비 이력과 예상 세금 수준을 알려준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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