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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인데 ‘방역패스’ 확인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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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노래방·스터디카페 등 매장 내에선 식사도 할 수 없어 “문밖서 밥 먹으며 지키라니 황당”

경기도에서 무인(無人)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전모(27)씨는 지난달 1일부터 주 4일, 하루 12시간씩 매장을 지키고 있다. 무인 매장인데도 굳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최근 시작된 ‘방역패스’ 지침 때문이다.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접종 완료 증명서나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 확인서를 검사하도록 한 제도다. 이를 위반하면 업주에게 1차 150만원, 2차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영업 정지 명령도 내려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무인 매장에 나와 접종 완료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5일 경기 수원 권선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입장 전 무인 온도측정 시스템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정부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기 위해 오는 6일부터 고위험시설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방역패스를 식당·카페를 비롯한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등에도 확대 적용한다. 하지만 스터디카페의 경우 대부분 직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는데, 접종 여부 확인 후 출입을 허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21.12.5/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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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업주들은 정부 지침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24시간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곽아름(38)씨는 “자동화 매장이라 출입구에 사람이 앉을 자리가 없는데 백신 확인 때문에 문 주변에 서 있으라고 하는 건 사실상 벌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인건비가 들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이용 단가를 책정한 것인데, 임대료·관리비에 인건비까지 부담하라는 건 사실상 망하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무인 스터디카페를 하는 한 점주도 “손익을 따져보면 현실적으로 알바를 둘 수가 없어 매일 아침 7시에 무인 매장으로 출근해 밤 10시까지 지키다 나온다”고 했다.

지자체의 무인점포 관리 지침도 자영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 코인노래방 업주는 “감시자는 상주하라는데 매장 내 취식은 금지돼 있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시청에 물어봤더니, 직원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매장 밖 복도나 계단에 앉아 출입문을 응시하면서 식사를 하라’고 하더라”며 “너무 황당한 지침에 말이 안 나왔다”고 했다. 인천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유모(64)씨는 “매장에 상주하라고 해서 동생과 번갈아 쪽방에서 자면서 가게를 지키는데 문득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방협회장은 “전국 2700여 코인노래방 가운데 90% 정도가 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정작 그런 설비를 갖추고도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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