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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풀뿌리 협동조합 ‘사회주택’에도 종부세 중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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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소유하고 관리하는 사회주택

자본이익 실현보다 공동체 의미 큰데

개정된 종부세제로 조합원 부담 커져

일부 주택협동조합은 해산까지

사회주택의 지속가능한 실험 위한

법적 안전망·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한겨레

소다마을 주민들은 지난 11월30일 국민참여플랫폼 ‘광화문1번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소소다향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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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은 우리 사회 부동산 정책의 한 획을 긋는 실험이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소유하고, 조합원이 이용하는 사회주택은 일반적인 임대인-임차인 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입주 조합원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임대수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주택은 부동산에 대한 인식과 공공 정책 전환이 함께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최근 사회주택은 갈림길에 섰다. 2017년 전후 민간임대 활성화 차원에서 이루어진 민간임대사업자 취득세 및 재산세 경감, 종부세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일부에서 악용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과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이 개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일부 협동조합들은 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노채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연합회 회장에 따르면 5곳의 사회주택이 종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 청주시의 ‘소다마을(법인명 소소다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유(소비)를 줄이고 향유를 늘린다는 취지 아래 2018년 9가구 30여명이 가구당 평균 1억4천만원의 돈을 모으고, 15억원의 대출을 받아 법인 명의로 토지와 주택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각 가구 구성원이 법인의 주주로 마을 자치를 위한 투표, 의결권 등을 행사한다. 공동체가 함께 토지와 주택을 공유하는데 가치를 두고, 9가구가 400만~500만원의 종부세를 함께 납부해왔다. 매년 한 가구당 약 50만원 정도를 납부한 셈이다. 올해 종부세 고지서에는 8463만원이 나왔다. 각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1천만원 가까이 올랐다. 공동 소유를 강조하는 주택협동조합은 법인이다. 그래서 법인 소유 부동산 세율을 적용 받는다. 소다마을의 경우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은 1억7600만원부터 많게는 1억9600만원이다. 9가구가 소유한 주택의 전체 공시가격(약 16억원)의 6%가 종부세로 부과됐다. 개인이 주택을 소유했다면 부과되지 않았을 세금이 협동조합 법인이 전체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여 부과된 것이다. 앞으로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이를 부담해야 한다.

2011년 인천 검암동에서 주거생활공동체를 꿈꾸는 청년들이 시작한 ‘우리동네사람들’도 540여만원의 종부세를 납부하게 됐다. 20대 청년들로 구성되었던 이 공동체는 이제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지역공동체로 확장해 지역사회에서 관계와 생활의 안전망을 만들고 있다. 조정훈 우리동네사람들 대표는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나누어 세금을 납부할테지만, 세금 그 자체의 문제보다 주거공동체를 운영해 온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 양천구 목2동 주민들이 모인 ‘주택협동조합 함께하는집 뜨락’, 저소득층에게 의료봉사를 해온 활동가들이 모인 강북구 ‘푸른마을주택협동조합’은 종부세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 해산을 선택했다. 협동조합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개인에게 분양함으로써 함께 더불어 주거 공공성을 실현해왔던 지난 역사는 그렇게 묻혔다.

이번 종부세 개정으로 종부세를 부담하게 된 사회주택의 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동안 소득으로 지불가능한 주택 가격을 책정해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공유공간으로 돌봄, 육아, 식사 등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 온 성과를 지속가능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가 갈림길에 놓여있다. 사회주택은 조합원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합리적인 임대료라는 사회적 가치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의 종부세만이 문제는 아니다.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조합원들로부터 큰 규모의 출자금을 받아야 하고, 부동산을 소유할 수밖에 없다.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출자금 운영 방식, 건축 관련 법 제도 등 현실적인 제약사항에 부딪히게 된다. 현재의 제도로는 호혜와 연대에 기반한 사회주택의 운영 원리를 살리기 어렵다.

한겨레

2015년 서울시 사회주택 조례 제정 이후 2021년 현재 공공과 연계하여 약 4400호의 사회주택이 공급되었다(현재 토지 매입 등 공급 준비 중인 경우까지 포함). (사)한국사회주택협회 누리집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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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월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사회주택의 정의, 공급대상 및 공급주체, 주거 관련 사회적경제 주체 지원범위 및 내용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후 정책 차원에서 ‘사회주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현재까지 약 4400호가 공급되었다. 지금까지 경기도 시흥시, 고양시, 경기도 등에서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했으며 서울시와 부산광역시는 공동체주택 활성화 지원 조례를 더해 사회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법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존해 운영하다 보니 제도적 기반이 취약해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사회주택의 법적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데 주목해 주택협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회주택 공급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는 사회주택 정착을 위해 관련 법령 등을 제정하고,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회주택 공급자와 수요자를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특히 네덜란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 비영리단체(주택협동조합 등)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택 공급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지난 10월 열린 ‘2021 사회적경제 5대 과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정순문 변호사는 “단계적으로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사회주택 사업자들만이라도 종부세 감면 특례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테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등의 개정을 통해 주거 안정 등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주택에 법적 지위를 만들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구갑) 등 10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공동체성 강화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을 중과세 적용 대상에 제외하도록 하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수익 창출에 집중된 기존 경제활동에서 벗어나 수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연대를 기본원리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지난 1일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적경제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며 “2016년 2만459개였던 국내 사회적경제 기업 수는 지난해 3만1724개로, 취업자 수는 약 25만명에서 31만4000여명으로 각각 늘었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기회 확보는 그에 따른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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