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죄·방역 수칙 위반 각각 2년형” 12개 혐의 중 첫 판결
모두 유죄 땐 116년형…지지자 “정치인생 끝내려는 의도”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76·사진)이 선동 및 코로나19 방역조치 위반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0여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수지 고문에 대한 첫번째 법원 판결이다.
6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대변인 조 민 툰은 “수지 고문이 선동죄로 징역 2년형,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죄로 징역 2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소의 밍유하 부소장은 성명서를 통해 “거짓 혐의에 대해 수지 고문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은 미얀마에서 반대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자유를 억압하려는 군부의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부는 집권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후 NLD 지도자인 수지 고문을 가택연금시켰다. 이후 수지 고문은 부패방지법 위반, 뇌물수수, 선동,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등 총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수지 고문은 총 116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이날 4년형은 수지 고문에 대한 첫 법원 판결이다. 군정 법원은 앞으로 수지 고문의 남은 혐의에 대해서도 차례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지 고문 지지자들은 “군부는 판결로 수지 고문의 정치인생을 사실상 끝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연이은 재판으로 수지 고문의 정치적 재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재판 기간 수지 고문의 손발을 묶어 두고 군부의 권력을 공고히 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은 수도 네피도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군부는 “정국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지 고문의 변호인 5명이 언론과 접촉하는 것도 금지했다.
수지 고문은 미얀마 민주진영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져온 인물이다. 그는 1988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하자 평화로운 민주주의 개혁과 자유선거를 촉구했다. 이에 군부는 그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가까이 가택에 연금시켰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그는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 미얀마에서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NLD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후 그는 사실상 미얀마의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군부의 대량학살을 옹호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실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수지 고문에 대한 유죄 판결은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저항 시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내다봤다. 양곤에서 지난 주말 민간 시위대가 수지 고문의 초상화와 인용문을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자 군부는 트럭으로 시위대를 들이받아 5명의 사상자를 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시민들은 죽거나 체포당할 위기를 무릅쓰고 거리로 나서 저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을 중단하거나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CDM)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미얀마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 군부에 희생된 민간인은 1300명이 넘으며 1만6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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