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에 "학생 대상 영업 큰 타격"…"백신접종 왜 강요" 반발도
일부 음식점선 단체 손님 접종 여부 일일이 확인 안 하는 등 혼선
자영업자의 연말 달력 |
사적 모임 축소·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확대 등 정부의 '코로나19 특별 방역대책' 시행 첫날인 6일 인천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매출이 회복되고 있었는데 다시 인원 제한이 걸려 답답한 심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이후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 출현에 정부가 다시 방역 고삐를 조이자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저녁 시간대 경기 군포시 먹자골목에 있는 식당들에서는 5∼6명의 단체 회식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은 "이번 달에 기업과 동창회 등 단체 회식 예약이 꽉 차 연말 특수를 누릴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이 축소되면서 예약이 하나둘씩 취소되고 있다"며 "이러다가 작년처럼 연중 최대 대목인 연말 장사를 망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라고 했다.
서울 북촌에서 13년간 고깃집을 운영해온 김영숙 씨는 "저녁에 10명, 14명씩 예약돼 있었지만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1년 넘게 빚내서 식당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가 정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부터 8명 가능' |
일부 자영업자는 이번 방역패스가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광주시 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황규삼(42) 씨는 "학생들이 주 고객인 상권에서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방역패스가 정말 숨 막히는 정책"이라며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20대 초반 손님들도 상당수 입장이 제한돼 작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 서구에서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스터디카페 이용자들은 식당이나 카페처럼 마스크를 벗지 않고 시설을 이용한다"면서 "간격을 두고 자리를 배치하는데 독서실과 스터디카페까지 모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스터디룸을 운영하는 정혁 씨도 "예약 손님마다 전화해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거짓말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고 고지한다"며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스터디룸이니 직원이 상주하면서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미루고 있는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알레르기 등 기저질환이 있다는 부산시민 김모(27) 씨는 "백신 접종을 하고 부작용을 겪거나 심지어 죽는 사람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것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백신 부작용이 걱정돼 접종을 받지 않았다는 김모(39) 씨는 "왜 접종을 강요하느냐"며 "연말연시 저녁 약속과 모임을 많이 잡아둔 상태였는데 계도기간이 지나면 다 취소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
이날 일부 식당과 카페에서는 단체 손님의 접종 증명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식당과 카페는 방문자들의 백신 접종 증명서 또는 음성 확인서를 확인하고 입장시켜야 한다.
그러나 경기 수원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들은 2∼3명으로 구성된 단체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면서도 접종 증명서나 음성 확인서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
이곳 직원은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면서 일일이 손님들의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 중국 음식점 업주는 "바쁘다보니 오늘부터 새 방역지침이 적용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보건소 등으로부터 관련 안내를 받은 적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적용 시설인 문화예술 기관은 정부의 새 방역지침을 살펴보며 관람객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대구미술관은 방역패스 확인 절차 간소화, 사전예약제 도입 등 여러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관은 방역패스 적용 시설임을 자체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고, 이런 내용으로 건물 외벽에 현수막도 설치할 예정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방역 단계가 조정되거나 지침이 바뀔 때마다 현장에서 일주일 정도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지침을 모르고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직원들이 일일이 안내하고 설명해야 하며 문의 전화도 밀려든다"고 설명했다.
경기문화재단 산하 경기도립 박물관과 미술관도 이달 12일까지 일주일간 계도 기간을 거친 뒤 내달 2일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해 입장객을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아름, 김준범, 윤태현, 한무선, 김재홍, 김솔,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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