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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檢, 10년 키워준 친할머니 살해 10대 형제 중형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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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0대 형제가 지난 8월 31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고교 3학년 A(18)군과 동생 B(16)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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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정말 죄송하고 동생에게도 미안합니다. 이곳에서 죄를 반성하고 뉘우치겠습니다.”

10년 가까이 애지중지 키워준 친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10대가 재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한 얘기다.

검찰은 6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정일) 심리로 열린 A(18)군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형을 구형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또 형이 할머니를 살해할 때 이를 도운 혐의(존속살해방조)로 기소된 동생 B(16)군에게는 징역 장기 12년, 단기 6년형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 당시 나이를 기준으로 만 18살이 넘으면 사형·무기형의 선고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범행을 주도한 형 A군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군은 범행 전 흉기를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고, 범행 후에는 동생과 피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향수를 집안 곳곳에 뿌렸다”며 “119가 오기 전 태연히 샤워를 하는 등 전혀 죄의식을 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구형에 앞서 피고인 신문에서 A군 측 변호인은 “할머니에게 흉기를 들고 위협하자 할머니가 도리어 ‘죽여 보라’며 달려들었던 게 맞는가. 만약 할머니가 ‘무섭다. 미안하다’라고 했으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인가”라고 물었고, A군은 “만약 할머니가 그랬다면 안 찔렀을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신문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동생은 제가 다 시켜서 한 것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

A군 변호인은 “계속해서 할머니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라’는 말에 피고인은 불안 심리가 상당히 컸던 상황이었고, 검찰 주장과 달리 계획적인 범행이 아닌 만큼 아직 어린 나이이고, 충분히 개과천선할 수 있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A군은 지난 8월 30일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는 것에 화가 나 동생 B군에게 “인생은 즐기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끝이다”라고 말한 뒤 흉기로 60회 가량 찔러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군은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도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동생 B군은 형 A군이 범행을 저지를 때 할머니의 비명이 밖에 들리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형 A군이 할아버지를 살해하려 하자 ‘죽이지 말자’고 만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 형제의 친할머니 C씨는 2012년 A군과 B군이 각각 9세, 7세일 때부터 올해까지 약 9년간 이들을 키워왔다. C씨와 할아버지 모두 신체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0일 열린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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