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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달 만에 멈춘 일상회복, 그 뒤엔 정부의 4가지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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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6인이 진단한 ‘위드코로나’ 실패 원인

①고령층의 백신 면역력 저하 예측 실패

②한꺼번에 해제된 코로나19 방역조처

③부실했던 중증환자 병상확충 계획

④불명확한 코로나19 회복환자 전원 전략


한겨레

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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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부터 다시 정부가 ‘거리두기’의 고삐를 죈다. 4주 간 사적모임 인원이 수도권 6명, 비수도권은 8명으로 제한되고, 카페·식당 등에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의무화된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한 이후 약 5주 만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정부는 이달 중순에는 지난달 보다 더 방역조처를 완화하는 ‘일상회복 2단계’ 진행을 구상했지만, 5주 만에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일상회복 계획을 미루고 방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일상회복 계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할까. 5일 <한겨레>는 6명의 방역·의료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10월 이미 위중증·치명률 올랐는데, 예측 부족”


우선 정부의 예측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의 증가 규모가 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5일 0시 기준 발표를 보면, 국내 신규 확진자는 5128명으로 지난 1일 처음 5천명을 넘은 이후 닷새 연속 5천명대 안팎을 유지 중이다. 위중증 환자 수도 지난 1일부터 닷새 연속(723명→733명→736명→752명→744명)으로 700명대를 넘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코로나19) 유행 예측을 잘못한 것 같다”며 “유행 양상이 이렇게 본격적으로 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을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예측 실패는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면역력 저하, 코로나19 환자의 중증화율 증가 등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교실)는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 전인) 10월에 이미 코로나19 환자의 중증화율과 사망률이 높아졌다. 또 (백신 접종자의)면역력이 떨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도 “정부가 위증증 환자 위주로 (코로나19 유행을)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준비와 예측을 했어야 됐다”며 “예측 지표가 나빠지고 있음에도 무시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비된 수준에 비해 한꺼번에 방역조처가 해제됐던 점도 일상회복 1단계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은 모두 3단계지만, 지난달 1일 실시한 1단계에 방역해제 조처가 지나치게 몰렸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대규모 집합 모임 해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말고는 나머지 조치는 사실 1단계에서 거의 다 해제가 됐던 것”이라면서 “의료 체계나 방역 체계에 있어서 (코로나19 확산, 위중증 환자 증가 규모가)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의료 역량이 확충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는 느는데, 병상 확보는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병상 준비 부족도 위드 코로나를 이어갈 수 없게 된 주요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위중증 환자 증가에 비해 중환자 병상을 원활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병상 확충 계획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백순영 교수는 “임시병상이라도 만들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플랜 비(B)가 전혀 없었다. 전국에 있는 파트타임 의사를 고용하면, 코로나 전담하는 임시병상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도 “시립병원을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만들거나, 민간 병원을 임차를 해서 6개월 또는 1년 보상을 하면서 코로나 전담 병상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병상 확보 관련 인센티브를 늘리고, 각 병원 준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 등 조처를 했지만, 시설·인력 등 측면에서 적절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데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겨레

정부가 일상회복 시작 이후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기 위해 오는 6일부터 4주 동안 사적모임 최대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하고, 방역패스 적용시설을 식당, 카페, 학원, PC방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 전반으로 확대한다.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입구에 방역패스 시행 및 최대 6인 모임 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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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중환자실에 있다가 회복한 이를 ‘스텝다운’(감염에서 회복된 환자들을 하급 병상으로 전원하는 것)하는 전략 등 기존 병상 운영 계획도 명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중환자실에 너무 많은 경증 환자들이 오래 입원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학병원들은 중환자 병상만 운영하고, 스텝다운 병상은 운영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런 체계를 짠 게 근본적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환자실과 하향 전원 병상이 한 병원에 연계돼 있지 않으면 중환자실 입원이 길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환자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갈수 있는 병원은 중환자실에 닷새가량 입원하면 되는데, 다른 병원에 이송하려면 (환자)상태가 훨씬 좋아져야해서 열흘쯤 입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역강화로 번 시간 4주, 지금이라도 해야하는 것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조치를 강화한 지금 앞서 ‘1단계 일상회복’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교수는 “방역조치로 4주 간 시간을 번 것”이라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병상·인력 등 확충이 멈추면 안 된다. 의료체계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고위험군 추가 접종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누가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고, 재택치료를 받을 것이냐를 빠르게 식별하는 기준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병상대기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중증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빨리 가려내서 그분들의 조치들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증도 분류와 적절한 병상 배정을 원활하게 이뤄지게 노력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선 재택치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정 원장은 “재택치료의 디테일을 보완해서 국민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충분하게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도 필요하다. 엄중식 교수는 “중증 병상, 재택치료와 관련해 일하는 의료진들이 떠나지 않게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의료진과 지자체 실무자에 예산·인력 지원이 없이 해내라고만 강요해선 안된다”고 짚었다. 김윤 교수도 “기존 경력 간호사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병동에서 몇년 근무해서 3년, 5년 숙련된 간호사들은 짧게 교육하면 중환자실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가 거리두기에 강하게 동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정재훈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에서 방역을 강화하고 넘어가야 하는 때가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고, 다음에도 이런 상황은 생길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참여해 주는 국민들에 대해 보상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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